■ 성과없이 끝난 NPT회의
지난 2일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던 제7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최종합의문서 채택은 고사하고, 회의결과를 요약하는 의장 성명도 내놓지 못한 채 27일 폐막됐다.
핵국-비핵국간 이견차 너무 크고
미 클린턴시절 약속 완전 ‘모르쇠’
최종문서 커녕 의장성명도 못내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가 심각한 국제현안이 된 상황에서 5년마다 열리는 평가회의가 비확산체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아무런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핵확산금지조약 무용론 등 비확산체제 위기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를 위한 집약적 노력을 강화하지 못한 무능력이 조약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오는 9월 예정된 유엔 창설 6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에서 반드시 관련 현안들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달만에 이런 일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평가회의 의장인 세르지우 데 케이로즈 두아르테(70) 브라질 군축·비확산 대사는 평가회의 실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책으로 쓴다면 여러권 쓸 수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캐나다의 폴 마이어 수석대표는 “단기적이고 편협한 이해가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이해를 압도했다”면서 “불편하다고 해서 이전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제협력의 기초를 세울 수 없다”며 미국을 간접 비난했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세차례 준비회의에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이견으로 의제 합의에 실패했을 때부터 사실상 예상됐던 일이다. 평가회의 개막 이후에도 회기의 절반 이상이 지난 19일에야 △핵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비확산에 관한 3개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갔지만 권고안 마련에 실패했다. 평가회의는 처음부터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두진영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져, 지난 2000년 회의 때처럼 중도그룹의 중재 여지는 아예 없었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지난 클린턴 행정부가 약속했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발효와 핵무기 제조물질의 생산금지 조약 마련 등 1995년과 2000년 평가회의 때 채택됐던 핵무기 감축 공약은 상황이 변했다며 언급조차 막으려 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이 핵확산과 조약 위반국으로 언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핵보유국의 과거 핵감축 약속 선행을 주장했다. 이집트 역시 이스라엘의 핵보유 문제를 다룰 것을 주장하며 이란을 거들었다. 평가회의 실패로 북핵 문제는 6자회담 재개 여부에, 이란 핵문제는 이란-유럽연합 협상 결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자국과 일부 동맹국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비확산구상(PSI) 등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이란 핵문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접근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밖에 핵관련 기술 통제를 강화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우회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활동은 핵 비확산체제의 약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와 핵군축을 주도했던 샘 넌 전 상원의원은 “핵위협 감소를 위한 전지구적 협력의 기초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미국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되돌릴 수 있도록 회의 이후 지도력을 발휘해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미 클린턴시절 약속 완전 ‘모르쇠’
최종문서 커녕 의장성명도 못내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가 심각한 국제현안이 된 상황에서 5년마다 열리는 평가회의가 비확산체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데 아무런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 것이다. 이로써 핵확산금지조약 무용론 등 비확산체제 위기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7일 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를 위한 집약적 노력을 강화하지 못한 무능력이 조약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오는 9월 예정된 유엔 창설 6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에서 반드시 관련 현안들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달만에 이런 일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평가회의 의장인 세르지우 데 케이로즈 두아르테(70) 브라질 군축·비확산 대사는 평가회의 실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책으로 쓴다면 여러권 쓸 수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캐나다의 폴 마이어 수석대표는 “단기적이고 편협한 이해가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이해를 압도했다”면서 “불편하다고 해서 이전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제협력의 기초를 세울 수 없다”며 미국을 간접 비난했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세차례 준비회의에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이견으로 의제 합의에 실패했을 때부터 사실상 예상됐던 일이다. 평가회의 개막 이후에도 회기의 절반 이상이 지난 19일에야 △핵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비확산에 관한 3개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갔지만 권고안 마련에 실패했다. 평가회의는 처음부터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두진영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져, 지난 2000년 회의 때처럼 중도그룹의 중재 여지는 아예 없었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지난 클린턴 행정부가 약속했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발효와 핵무기 제조물질의 생산금지 조약 마련 등 1995년과 2000년 평가회의 때 채택됐던 핵무기 감축 공약은 상황이 변했다며 언급조차 막으려 했다. 반면 이란은 자국이 핵확산과 조약 위반국으로 언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핵보유국의 과거 핵감축 약속 선행을 주장했다. 이집트 역시 이스라엘의 핵보유 문제를 다룰 것을 주장하며 이란을 거들었다. 평가회의 실패로 북핵 문제는 6자회담 재개 여부에, 이란 핵문제는 이란-유럽연합 협상 결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자국과 일부 동맹국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비확산구상(PSI) 등에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이란 핵문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접근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밖에 핵관련 기술 통제를 강화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우회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런 활동은 핵 비확산체제의 약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와 핵군축을 주도했던 샘 넌 전 상원의원은 “핵위협 감소를 위한 전지구적 협력의 기초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며 “미국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되돌릴 수 있도록 회의 이후 지도력을 발휘해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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