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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못 말리는 카다피

등록 2009-09-24 20:43수정 2009-09-24 22:48

15분 할당시간 넘겨 96분간 유엔서 연설
“안보리는 테러이사회…오바마 영구집권”
리비아의 국가원수인 카다피는 23일 “왕중의 왕”이란 소개를 받으며 유엔 총회장 연단에 천천히 올라섰다. 그는 세계 정상들 앞에서도 왕처럼 행동했다. 15분 할당된 연설은 1시간36분이나 이어졌다. 제한된 시간을 넘겼다는 유엔 직원의 쪽지도 두 차례나 내던졌다. 말은 거리낄 게 없었다.

“안전보장이사회를 ‘테러 이사회’라고 불러야 한다.” 그는 또 서방이 아프리카에 식민지 보상금으로 7조7700억달러를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이라크 전범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연설 순서가 되자 연단으로 나가는 카다피
연설 순서가 되자 연단으로 나가는 카다피

가시가 돋친 말들을 쏟아내던 그는 갑자기 ‘아프리카의 아들’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영구히 미국의 지도자로 남아있어야 한다며 옆길로 새자, 총회장은 폭소와 산발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종 플루가 백신을 팔아먹으려는 기업들의 음모라거나, 암살당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는 둥 종잡을 수 없는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아랍어로 된 카다피의 일장 연설을 통역하던 동시통역사는 기진맥진해져 도중에 교체됐다.

40년 동안이나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온 카다피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는 그의 연설 도중 자리를 떴다. 카다피는 집권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외국 방문 때마다 베두인족 전통에 따라 대형 천막을 숙소로 이용해왔으나 이번 뉴욕 방문에선 천막 설치가 봉쇄돼 숙소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비난해 ‘스타’로 떠올랐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부시의 바통을 이어받은 오바마에게는 기대를 내비쳤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곤혹을 치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자신이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는 국내 정치용 발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을 쉴 새 없이 쏟아내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대표단은 집단 퇴장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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