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날 평화상·문학상 일부 언론 ‘족집게 보도’
주최쪽 “강력한 후보…소문일 뿐” 유출설 부인
주최쪽 “강력한 후보…소문일 뿐” 유출설 부인
12일 노벨경제학상 발표를 끝으로 2009년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궁금증은 모두 풀렸다. 하지만 ‘후보자의 이름이 발표 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의 상업방송 <테베2>는 8일 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벨평화상 발표 하루 전에 나온 이 방송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작 보도를 했던 <테베2>의 예르하르 헬스코그 기자는 “100% 확실했던 건 아니다. 오바마는 가장 논리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놀랐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기자는 오바마의 이름이 자신에게 유출되지 않았다면서도 “약간의 취재원”이 효과가 있었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수상자를 정확히 맞춘 비결을 ‘노벨상위원들처럼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40만부를 발행하는 스웨덴의 대표신문 <다옌스 뉘헤테르>는 스웨덴 한림원과 노벨상위원회의 발표 하루 전 문화면 머릿기사로 독일 소설가 헤르타 뮐러(56)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영국의 도박 사이트인 ‘래드브로크스’에서 뮐러의 당첨 확률은 단박에 2등으로 뛰어올랐다. 놀랍게도 이 신문은 지난해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정확히 맞췄다.
한림원은 유출설을 부인했다. 한림원의 행정담당자인 오드 시에드리크는 후보자 명단의 유출은 추측일 뿐이라며, “뮐러는 수년 동안 강력한 후보였다”라고 해명했다. 오랫동안 유출설에 시달려왔던 탓인지 노벨상위원회는 누리집의 질의·응답 코너에 ‘어떤 사람이 올해 노벨상 후보로 지명됐다는 루머가 전 세계적으로 돌고 있는 것은 뭐냐?’라는 가상 질문에, “그건 단지 소문일뿐이다”라고 밝혀 놨다. 노벨상위원회는 후보들의 명단조차 50년이 지난 뒤에야 공개할만큼 엄격한 비밀 준수 원칙을 자랑해왔다.
후보자 이름의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과는 달리 한림원의 한 관계자도 유출 가능성을 인정한 적이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후보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한림원의 영구 간사인 호라세 엥달은 “뭔가 있었다고 느낀 건 처음”이라며 “유출설을 조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르투갈의 조제 사라마구가 노벨문학상을 탄 1998년 딱 한 번 최종후보자의 명단이 외부로 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노벨상 족집게로는 노르웨이의 공영방송 <엔에르코>(NRK)가 유명하다. 이 방송은 2003년과 2004년 연이어 당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시린 에바디와 케냐의 왕가리 마티이를 정확히 예측한 보도를 내보냈다. 올해는 형편없는 성적을 거둔 이 방송의 국제부장은 <아에프페>에 “우리는 단서와 정보원들을 바탕으로 보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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