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개도국 갈등 심화…합의안 도출 최소 6개월 소요 전망
내달 7일부터 11일간 일정으로 열리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교토체제를 대체할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체결은 사실상 물 건너 간 듯 보인다. 협약의 체결은 일러야 여섯달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기후변화 논의를 지휘해온 유엔의 최고 기후변화 담당관 이보 더부르는 5일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코펜하겐에서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안을 얻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에드 밀리반드 영국 기후장관도 의회에서 코펜하겐에서 어떤 법률적 기후변화 협약도 나오기 어렵다고 인정했다고 <가디언> 등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토드 스턴 미국 수석 기후변화 협상가들도 코펜하겐에선 단지 ‘정치적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2년 전 발리 기후변화 총회에서 기후변화 논의의 불씨를 살려갔듯, 먼저 정치적 합의를 한 뒤 협약체결 시한을 연장하는 방법이다. <가디언>은 내년 12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모임이 새로운 ‘데드라인’(마감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런 전망 속에 코펜하겐 총회에 앞서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4박5일 동안의 일정으로 열린 사실상 ‘마지막’ 기후변화 협상은 6일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채 끝났다.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을 주축으로 한 ‘지(G)77’은 법률적으로 구속력 있는 협약의 체결과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폭의 확대를 촉구하며,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왔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 자신들인 탓이다.
이처럼 코펜하겐 협약 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좀체 풀리지 않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갈등이다. 신흥국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브라질의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5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탄소배출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약속을 내놓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 신문은 별도의 기사에서 “중국을 포함한 일부 개도국들은 자신들이 탄소배출 감축량 설정 의무에서 면제됐던 교토의정서의 지속을 고집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언제까지 줄이고, 이를 위해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을 위해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란 3가지 핵심 쟁점에선 선진국들 내 이견도 적잖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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