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가 ‘올해의 인물’?
오바마 노벨평화상 논란 일었는데…
‘타임’ 선정 “2차대공황 막아”
여론 썰렁…21%만 연임 찬성
‘타임’ 선정 “2차대공황 막아”
여론 썰렁…21%만 연임 찬성
해마다 이맘때면 누가 ‘올해의 인물’로 뽑히느냐가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다. 묘하게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의 연임 요청안에 대한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16일,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잇는 200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사진)
그런데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 때만큼이나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타임>은 에이(A)4 용지 13쪽을 할애한 버냉키 기사에서 “그는 세계의 가장 중요한 경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선수’”라며 “그의 창조적 리더십은 미약한 경기회복의 시기였던 2009년에 파국적 공황을 피하도록 도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30년대의 대공황을 연구한 그가 금융위기에 맞서 ‘제로(0) 금리’와 심지어 제조업체의 회사채까지 인수해가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양적 완화’ 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2차 대공황’이 찾아왔을지 모른다는 게 <타임>의 평가다. 오바마도 버냉키의 이런 업적을 인정해, 의회에 그의 연임을 요청했다. 월가와 경제학자들도 대체로 그의 편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의회와 보통의 미국인들은 ‘경제 대통령’인 버냉키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베스트셀러 <연준의 종말>을 펴낸 짐 버닝 공화당 상원의원은 “타임의 선정은 실패에 대한 보상”이라고 혹평했다. 공화당원인 버냉키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에 임명됐다. 민주당 내에도 버냉키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들이 적잖다.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이달 초 내놓은 여론조사를 보면, 버냉키의 연임에 찬성하는 여론은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판엔 버냉키가 베어스턴스와 에이아이지(AIG), 월가의 대형은행들의 구제에 앞장섰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의회는 금융위기를 전혀 예방하지 못한 연준의 은행 감독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논의중이다. 당장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17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이어 상원 본회의에서 새해 1월 임기(4년)가 끝나는 그의 연임 동의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버냉키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릭 스텐겔 <타임> 편집장은 “올해의 인물은 영예가 아니다. 선이든 악이든 지난 한 해 동안 뉴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인물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엔 아돌프 히틀러(1938)와 이오시프 스탈린(1939, 1942) 등도 이름을 올렸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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