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선정, 차이메리카·섹스팅 등 37개
말은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지난 1년 요동쳤던 세계의 흐름을 짚어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유행했던 말을 살피는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009년 한 해를 풍미했던 신조어나 새롭게 조명받은 단어 37개를 골라 19일 소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었던 만큼, 올해 유독 경제 관련 신조어들이 많았다.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경기침체(Recession)의 합성어인 ‘대침체’(Great Recession)란 말이 널리 회자됐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 때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 쓰는 경기침체보단 훨씬 심각하다는 뜻에서 쓰였다. 위기가 여성보다 남성에 집중됐다는 의미의 맨세션(Mancession)이란 말도 생겼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민들의 개척 정신”을 상징한다고 밝힌 제너럴모터스(GM)는 파산 뒤 최대 지분이 정부로 넘어가면서 ‘국유 자동차’(Government Motors)란 말로 불렸다.
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패권이 시들해지는 동시에 중국이 떠오르면서 ‘차이메리카’(Chimerica)도 떴다. 미·중의 공생관계를 일컫는 이 말은 하버드대의 니알 퍼거슨 교수가 2006년 말 <돈의 힘>이란 책에서 주조했다.
이밖에도 골프 황제에서 ‘밤의 황제’로 추락한 타이거 우즈가 아내 몰래 사귀었던 여성과 휴대폰으로 주고받았던 은밀한 성적 문자메시지를 비꼰 ‘섹스팅’(Sexting)이란 단어도 유행했다. 지구촌을 공포로 뒤덮은 신종인플루엔자가 돼지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떠돌면서,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와 돼지고기(Pork)를 합성한 ‘아포크칼립스’란 말도 떠돌았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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