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테러 미수범’ 최근 5개월 예멘 체류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 “우리 소행”

지난 25일 미국 여객기 테러를 시도한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가 이달 초까지 예멘에 거주했다고 예멘 정부가 29일 밝혔다. 하산 알로지 예멘 정보장관은 “압둘무탈라브는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서 아랍어 공부를 위해 비자를 발급받은 뒤 지난 8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예멘에 거주했다”고 밝혔다고 예멘 <사바>(SABA) 통신이 전했다.

알로지 장관은 압둘무탈라브가 앞서 2004~2005년에도 1년가량 예멘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압둘무탈라브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서 진술한 대로, 그가 예멘 알카에다 조직에서 여객기 테러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압둘무탈라브는 미 연방수사국 조사에서 “예멘 알카에다 조직에서 한 달 이상 훈련받았고 속옷 안에 숨길 수 있는 고성능 폭약 80g을 지급받았다”며 “조만간 테러를 감행할 나와 같은 순교자들이 더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 지부는 이날 처음으로 노스웨스트 항공기 테러 미수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테러는) 이번달 예멘에 있는 단체(알카에다)를 공습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순교자적 삶을 추구해온 압둘무탈라브 형제가 목표를 달성했으나, 기술적 결함으로 완전한 폭파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압둘무탈라브의 항공기 폭파 테러 시도가 있기 전, 미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은 예멘 정부군은 알카에다의 거점을 두 차례 폭격했다.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는 올 초 알카에다 예멘 지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지부가 통합해 출범했으며, 지난 4월 예멘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를 주도하기도 했다. 예멘 알카에다의 2인자가 관타나모에 수감됐다가 풀려난 나시르 알와하이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지를 추진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예멘 출신 수감자들의 본국 송환을 금지하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끝까지 배후를 추적해 색출하겠다”며 “우리를 위협한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그 어디에 있든 그들을 분쇄하고 격파하기 위해 미국의 모든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은 단순히 방어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해, 테러 단체나 이를 지원하는 세력에 대한 선제공격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27일 <뉴욕 타임스>가 익명의 전직 중앙정보국(CIA)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예멘에서 알카에다를 척결하기 위해 제3의 비밀 전선을 소리 없이 구축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류이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