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총리등과 면담서 “전문, 정부 시각과 일치 안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일 아마 자신의 평생에서 가장 곤혹스런 국제회의를 치렀을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미 외교전문 폭로 이후 처음으로, 클린턴 장관은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정상회의에 참석해 외국 정상들과 만났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그가 각국 정상들과 일대일로 만남을 가지며 사태 뒷수습에 나섰다고 2일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미하일 샤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을 잇달아 만났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전문에서 메르켈 총리는 “창의력이 부족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인물로, 베를루스코니는 “무책임하고 허영심이 많으며 효율성은 낮은” 인물로 묘사돼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깊이가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배트맨과 (조수) 로빈”으로 표현됐다.
익명의 미 정부 관리는 “일대일 만남에서 클린턴 장관은 먼저 이 문제를 꺼내놓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분명히 유감을 표명하고 이 전문내용이 반드시 미 정부의 시각과 일치하진 않음을 전달했다”고 통신에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만이 유독 먼저 클린턴에게 이번 폭로가 이탈리아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고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만났다. 유엔 대변인은 구체적 언급 없이 “최근 폭로로 야기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발표했다. 반 총장은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 “자신이 감시받고 있는 사실에 행복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자신을 포함한 유엔 고위인사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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