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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혼여성들이 손잡고 싶어하는 스님

등록 2011-11-08 21:10수정 2011-11-18 17:54

쟈쿠쇼우지에서 내려다본 텐도시 전경.
쟈쿠쇼우지에서 내려다본 텐도시 전경.
김종철의 일본시골문화여행기 2- 텐도시 쟈큐쇼우지
우지이에 스님, 악수만으로 결혼운 알아맞춰 유명
일본 곳곳서 미혼여성들 몰려들어
쟈쿠쇼우지 입구
쟈쿠쇼우지 입구
 여행을 하면서 한두 번 정도는 절에 들러 구경을 한다. 불교 신자이어서가 아니라, 절이 가지고 있는 고즈넉한 풍경과 분위기를 좋아해서다. 대부분의 절은 산에 터를 잡는다. 울창한 숲이 있고, 숲이 뿜어 되는 청량한 공기가 살과 맞닿을 때의 상쾌함을 품고 걷는 기분은 최고다. 때론 스님의 좋은 말씀도 듣고 문화재를 보는 것도 재미고, 오가는 사람을 보며 즐긴다.

 날이 좋은 날, 텐도(天童)시를 찾았다. 텐도는 야마가타현의 무라야마 지역에 있는 온천마을이다. 이 마을엔 온천보다 더 이름난 것이 있다. 바로 장기말. 바둑, 장기 할 때 그 장기 말이다. 텐도는 일본 최대 장기말 생산지다. 명성에 걸맞게 장기 축제도 열린다. ‘인간장기’가 그것이다. 매년 봄에 치러지는 축제기간엔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그 진풍경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그보다 먼저 ‘믿거나말거나’한 절 얘기를 해보련다. 이날 목적지로 찾은 곳은 ‘쟈쿠쇼우지(若松寺)’.

쟈큐쇼우지 입구의 거대한 삼나무. 그 위용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쟈큐쇼우지 입구의 거대한 삼나무. 그 위용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스님과 결혼한 뒤 초고속 결혼” 소문 퍼져 

‘쟈쿠쇼우지’는 1,300년의 세월을 견뎌낸 절이다. 예로부터 남녀 간의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는 기운을 가졌다고 알려진 절이라고 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절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입구를 지나 조금 걸어 들어가면 시선을 끄는 나무가 있다. 거대한 돌기둥처럼 곧게 쭉 뻗은 삼나무가 압도적이다. 나무의 허리통이 얼마나 굵은지, 몇 번을 봐도 신기할 정도다. 키는 얼마나 되나 싶어 고개를 들면 목이 뻐근한데,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하늘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풍경이 좋다. 큰 삼나무와 오밀조밀한 불상들, 산허리를 끼고 도는 호젓한 산책로가 멋지고 텐도시를 내려다보는 전망도 뛰어나다. ‘쟈쿠쇼우지’는 절 자체만으로도 한번 들릴만한 곳인데, 내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재미있는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았다.

 일본의 절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 스님은 하나의 직업으로 통한다. 절은 개인 소유이며, 직장을 다니듯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가업으로 대를 물려 절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또 결혼을 해도 되고, 술과 담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에도 종파에 따라 결혼은 가능하지만, 일본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쟈쿠쇼우지’도 1,300년 동안 가업으로 이어져온 절이다. 현재 절을 책임지고 있는 스님은 워낙 오래되어서 자신이 몇 대째인지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악수만으로도 결혼운을 알아맞추기로 유명한 우지이에 스님.
악수만으로도 결혼운을 알아맞추기로 유명한 우지이에 스님.
 스님은 최근 몇 년 사이 절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했다. 모두 인연을 이어주는 기운을 받아가기 위함이란다. 그 기운을 어디서 받느냐고? 그 주인공은 스님이다. 올해 일흔세 살의 ‘우지이에 에이슈우(氏家 榮脩)’ 스님. 다들 소문을 듣고 이 절을 찾은 이유가 이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스님은 절을 찾은 이들에게 결혼운을 봐준다. 어떻게? 스님과 악수를 하면 손이 전해주는 기운을 통해, 결혼운이 있는지 없는지를 이야기 해준다. 결과가 신통방통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고. 어떤 잡지는 스님의 손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후지TV뿐 아니라 각종 신문과의 인터뷰, 심지어는 소문을 듣고 홍콩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왔었다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스님에게 들어본 사연은 이렇다. 3년 전, 그러니까 건립 13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스님은 특별이벤트를 고민했다. 당시 일본에선 ‘파워 스팟(특정한 기가 모이는 장소라는 뜻)’을 찾아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남녀의 연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네 명의 센다이 미혼여성이 ‘쟈쿠쇼우지’를 찾았다. 언니들은 스님에게 손잡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청했고 스님은 흔쾌히 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센다이에 거주하는 큰 부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후 많은 미혼 여성들이 절의 기운과 스님이 봐주는 결혼운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자신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펼쳐보이는 우지이에 스님.
자신의 기사가 실린 잡지를 펼쳐보이는 우지이에 스님.
 

“불러주면 언제든 한국출장 가겠다”

효과는 있을까? 일주일 만에 효험을 본 사람이 있단다. 없던 남친이 스님과 악수하고 나서 별안간 생기더니 결혼까지 했다는 믿기 힘든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스님은 증거를 보여주었다. 결혼에 골인한 당사자가 보낸 편지와 사진들이 여럿이다. 보통 6개월 안에 결혼을 하거나, 아주 빠르면 일주일이라고 했다. 세상에 일주일이라니! 이와테현에서 온 미혼 여성도 절을 찾은 후, 초고속으로 운명적 사랑을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스님도 깜짝 놀란 일이었다고.

 스님은 악수를 하면 그 사람이 가진 인연에 대한 기운을 느끼고 결혼 여부를 알려준다. 그것도 아주 짧게 일갈한다. 합격! 또는 불합격!. 딱 두 마디로 판정을 내린다. 스님의 기운을 받고자 나도 의식에 참여했다. 스님의 손을 잡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악력이 보통이 아니다. 일흔셋의 나이로 어찌 이런 괴력에 가까운 힘을 내는지 모르겠다. 나도 힘을 주고 싶었지만, 괜히 힘주다 역공이 들어오면 손이 으스러질까 포기했다.

 운을 보는 의식은 1~2분 정도로 짧다. 먹어도 되는 가루를 낸 향을 손가락에 바른 후, 혀에 한번 찍고 이마에 한번 찍는다. 그리고 스님의 손을 잡고 있으면,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웅얼거림이 있다. 내 결과는? 감사하게도 합격!. 휴-. 그러더니 스님이 합격 명함을 내준다. 두 개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데, 합격자들에게 명함을 하나 더 준다. 왠지 올해 좋은 건수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쟈쿠쇼우지 경내.
쟈쿠쇼우지 경내.
 ‘우지이에 에이슈우’ 스님은 대단히 쾌활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 나이에 비해서 젊어 보인다고 하니, “역시 손을 잡았을 때 기운이 달랐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한국에서 조용하고 근엄한 스님은 여럿 봤었지만, 이 스님처럼 유쾌한 경우는 처음이다. 단순히 절 구경만 하고 돌아갔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마지막 얘기가 스님의 성격을 말해준다. “불러만 준다면 언제든 한국으로 출장을 가겠다!”

글·사진 김종철 문화여행가 rawdell@hanmail.net

 

 찾아가기

 ‘쟈쿠쇼우지’는 텐도역에서 2명 이상으로 예약을 하면 500엔의 요금으로 절까지 갈 수 있다. 일본의 살인적인 교통비를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요금이다. 단 일본어 전용이다. (텐도 택시 / 023-693-3221)

쟈쿠쇼우지의 호젓한 산책로.
쟈쿠쇼우지의 호젓한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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