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 재조사 진행
책임자들에 법심판 예고
책임자들에 법심판 예고
페루의 후지모리 정권이 1990년대에 원주민·빈곤층 여성을 상대로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한 혐의에 대한 조사가 재개돼 책임자들에게 형사 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들은 피해자가 최대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8일 “페루 법무장관이 1990년~2000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이뤄진 강제 불임수술에 대한 조사를 지난달 재개한 결과, 관련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후지모리 정부는 빈곤 퇴치와 인구조절 목적으로 원주민·빈곤층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불임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 시술 혜택을 베푸는 것처럼 홍보됐으나, 목표치 압박을 받은 공공의료기관 등이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사기·협박·금품회유 수법을 통해 사실상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출산을 하러 병원을 찾은 고학력 여성에게도 몰래 불임수술을 시행했다가 들통이 나는 등 숨겨진 피해 범위가 엄청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0년 후지모리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 이런 실태에 대한 조사가 일부 진행됐지만, 전모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또 관련자 형사처벌 대신에 극소수 피해가족에 대한 손해배상만이 이뤄졌다. 후지모리는 현재 집권 시절 비리 혐의로 25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하지만 딸 게이코 후지모리(36)가 지난 6월 대선에 도전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7월 집권한 새 정부는 강제 불임수술 사건의 실체를 다시 파헤치기로 했다. 강제 불임수술은 2009년만 해도 공소시효가 소멸된 것으로 간주됐지만, 현 정부는 이를 공소시효가 없는 인권침해 범죄로 재분류했다. 이에 따라 후지모리는 물론 당시 정부의 보건장관 3명 모두가 책임 여부에 따라 형사 재판에 불려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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