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이동성 유럽보다 떨어져
하위20% 출신 중 절반 제자리
하위20% 출신 중 절반 제자리
미국은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나라가 됐다는 연구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통념을 뒤집는 것인데다, 기존 우파들조차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는 현실에 주목하는 추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이 사다리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가 힘들어졌다’는 기획 기사를 지난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5개 연구 보고서가 미국이 비교 대상인 나라들에 견줘 경제적 계층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먼저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마르쿠스 잔티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이하 계층에서 성장한 미국인의 42%는 성인이 됐을 때도 여전히 같은 계층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층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 덴마크와 영국이 각각 25%, 30%의 비율을 나타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이들 가운데 소득 상위 20%로 진입한 비율은 미국은 8%에 그친 반면에, 덴마크와 영국은 각각 14%와 12%를 기록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교해도 미국의 계층 이동성이 떨어졌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경제학 교수 마일스 코라크는 소득 하위 10% 이하에서 성장한 캐나다인의 16%가 성인이 돼서도 같은 계층에 머무는 반면, 미국은 22%가 그러했다고 밝혔다. 코라크 교수는 “미국은 가정환경이 계층을 결정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들에 견줘 높았다”고 말했다.
미국 진보 진영은 미국 내 소득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고 비판하지만 보수 진영은 이런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 이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공정한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미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평등하지 않은 동시에 계층 이동성마저 떨어진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사회적 논란은 커지고 있다. 최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밋 롬니에 이어 간발의 차이로 2위를 차지한 공화당 대선 후보 릭 샌토럼은 “중산층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미국보다 유럽에서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보수 성향 잡지의 대표격인 <내셔널 리뷰>도 “서유럽 국가 등의 계층 이동성이 미국보다 더 높다”고 지적했다. “보수 우파 진영에서 이런 우려가 쏟아지는 것은 분명 새로운 현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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