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시작된다. 지난달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새 교황 후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유력한 선두주자가 없어 당선자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티칸 전문가들과 외신은 그나마 안젤로 스콜라(72) 밀라노 대주교가 초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임교황 선출 때도 유력 후보로 언급됐던 그는 20세기에 요한 23세 등 3명의 교황을 배출한 ‘베네치아 총대주교’ 출신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탈리아 추기경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황청과 교감이 적은 편이어서 미국과 독일쪽 개혁 성향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안팎에서 가톨릭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시점에서 ‘이탈리아인’이라는 그의 정체성은 가장 큰 자산인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66대 교황 선출의 최대 관심 포인트는 ‘멈춰버린 시계’를 다시 돌려줄 교황이 등장할 것인지 여부다. 교황청은 1963~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열어 혁명적인 변화를 꾀했다. 공의회는 사제들이 라틴어로만 드리던 미사 예식을 자국어로 드리도록 했다. ‘교회의 사명은 선교가 아니라 인류의 존엄성 증진과 공동선 실현’이라고 선포해 예수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요한 23세(재위 1958~1963)와 바오로 6세(1963~1978)로 이어지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요한 바오로 2세(1978~2005)가 가장 보수적인 신학자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해 보수 회귀정책을 폄으로써 중단됐다. 라칭거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자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됐다. 이후 여성사제와 사제결혼, 콘돔사용, 낙태, 동성결혼 등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은 보수에서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가톨릭 내부에서는 변화를 부르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지난달 영국 가톨릭의 최고위직이었던 키스 오브라이언 스코틀랜드 전 추기경이 성추문 혐의로 추기경직을 사임하고 혐의를 인정한 것을 비롯해 성직자 성추행 사건이 서방 언론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또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개인비서가 교황청의 부패와 권력암투를 보여주는 문서를 외부로 유출해 곤혹을 치렀다.
어느 때보다 교황청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콘클라베가 과연 변화를 선택할 지는 알 수 없다.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로마에 모인 추기경들은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도 16세가 임명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또 비이탈리아나 비유럽권 인물, 젊은층에서 교황이 나온다고 해서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265명의 교황 가운데 아탈리아인이 21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58살의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와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는 정통 보수의 방패막이가 되었다. 반면 이탈리아인 교황 요한 23세는 77세 고령이어서 잠시 거쳐갈 교황이 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80살이 넘는 나이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제2바티칸공의회를 열어 가톨릭 쇄신의 물꼬를 텄다.
이탈리아 출신인 스콜라와 경쟁하고 있는 유력 교황 후보들은 주로 남미와 아프리카 쪽이 많다. 남미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톨릭 인구수가 가장 많은 곳이고, 아프리카는 가톨릭 신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4) 상파울루 대주교가 스콜라 대주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아르헨티나의 레오나르도 산드리(70) 추기경은 이탈리아계 남미 출신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인 가나의 피터 턱슨(65) 추기경은 공개적으로 비유럽, 흑인 차기 교황의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이밖에 교황청 주교성 장관인 캐나다의 마르크 우엘레트(69) 추기경은 북미 출신이지만 남미에서도 평판이 좋아 최근 유력 후보로 자주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지난 100년간 콘클라베가 5일 이상 지속된 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차기교황은 주말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가톨릭 전문 신문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의 바티칸 전문가인 존 앨런은 “문제는 요제프 라칭거 같은 초반 선두주자가 없다는 점”이라며 3분의 2 이상 득표를 필요로 하는 새 교황 선출 투표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전정윤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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