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쿠리치바시 외곽지역 피녜이리뉴에서 ‘쓰레기 아닌 쓰레기’라는 문구가 쓰인 차량 직원들이 주민들한테서 재활용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거둬들이고 그 무게에 따라 채소를 주고 있다.
[한겨레 창간25돌] 도시의 미래를 보다
브라질 쿠리치바의 분리수거 정책
보름에 한번씩 동네에 트럭 돌아
식품과 교환하려는 주민들 ‘긴 줄’
브라질 쿠리치바의 분리수거 정책
보름에 한번씩 동네에 트럭 돌아
식품과 교환하려는 주민들 ‘긴 줄’
브라질 쿠리치바시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10㎞쯤 떨어진 빈민촌 피녜이리뉴의 한 지역에서 4월23일 오전 10시께 주민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쓰레기 아닌 쓰레기’라고 쓰인 녹색 화물차 쪽으로 들것이나 자전거를 몰고 가고 또 되돌아오고 있었다. 갈 때는 유리병, 종이, 플라스틱, 깡통, 폐식용유 등이 쌓여 있더니, 돌아올 때는 채소나 과일이 실려 있었다.
생태도시를 꿈꾸는 쿠리치바시가 1992년 시작한 ‘쓰레기 아닌 쓰레기’ 정책의 이색적인 현장 풍경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식품과 교환해주는 제도를 22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정책은 유엔환경계획(UNEP)도 인정해 ‘우수 환경과 재생상’을 준 바 있다.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트럭, 식품을 제공하는 트럭이 보름에 한 차례씩 돌아다닌다. 하루 8~10곳을 돌며 쓰레기를 거두고, 또 채소·과일 같은 식품을 건넨다.
이날 피녜이리뉴에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쓰레기를 수거했다. 주민들에게 식품교환권을 나눠주던 분리수거 책임자 다비는 “재활용 쓰레기 4㎏이나 폐식용유 2ℓ를 갖고 오면 채소나 과일을 1㎏가량 바꿀 수 있는 교환권을 준다. 한번 동네에 들르면 주민이 평균 40여명 온다”고 말했다.
주민 마리아(78·여)는 “예전에는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동네가 더러웠지만 이제는 많이 깨끗해졌다. 시민들이 쓰레기 분리 방법도 배우고 쓰레기를 채소나 과일 등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생활에도 보탬이 된다. 서민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정책”이라며 웃었다. 마리아가 이날 가져온 쓰레기 양은 116㎏에 이른다. 집에서 나온 쓰레기만이 아니라 주변의 쓰레기까지 모아 왔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여러 차례 나눠 쓰레기를 가져오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식품 트럭에서 주민들에게 나눠준 채소나 과일은 상추, 바나나, 고구마, 감자 등 4종류였다. 채소를 나눠주던 한 직원은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동네를 한 바퀴 에워쌀 정도로 길게 줄을 늘어선다. 하루 평균 18~25t의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5t가량 식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채소나 과일은 시 외곽지역의 영세 농가로부터 시가 사들인 것이다.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것들을 싼값에 구입한다. 수거한 쓰레기는 시가 운영하는 재활용 공장에서 분류한 뒤 민간업체에 판다.
쿠리치바시에선 청소원 3500여명이 손수레를 이용해 정해진 구역을 돌며 재활용 쓰레기를 모은다. 시는 이들에게 쓰레기 분리 방법 등을 가르친다.
쿠리치바시 공무원 카즈미 히로노는 “쓰레기를 수거해서 환경을 보존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시민의식을 높여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도록 하고, 쓰레기로 인한 질병, 악취 등을 예방하는 등 시민건강도 함께 챙기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카브라우 버스터미널에서는 1997년 브라질에서 처음 도입한 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뤄지고 있었다. 분리수거 정책은 이제 브라질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시내 23개 버스터미널에서 시행하는 분리수거는 전구, 페인트, 약품, 화학제품 같은 것을 따로 모으는 것이다. 13년째 분리수거 작업을 해온 청소원 라오데밀(43)은 “하루에만 폐전구 800여개와 쓰지 못한 약품들이 들어왔다. 하루 100명 넘게 특정 쓰레기를 갖고 온다. 시민의식이 날로 높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쿠리치바(브라질)/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프루이치 쿠리치바 시장 “유럽·아시아서도 우리시 교통정책 벤치마킹”
자가용 보유대수 브라질내 최고
버스노선 개선 등으로 풀어갈것
쓰레기도 60% 더 줄이는 게 목표 “1970년대부터 추진해온 쿠리치바시의 교통정책은 콜롬비아의 보고타, 칠레의 산티아고,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의 여러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도적인 구실을 해 왔습니다.” 4월22일 오전 쿠리치바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구스타부 프루이치(51·사진) 시장은 생태도시를 추진하는 쿠리치바의 노력을 전달하는 데 열성적이었다. 쿠리치바의 대중교통을 두고 그는 “효과적인 운송수단으로 각광을 받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 버스 전용 도로를 운행하는 2단 굴절버스도 대체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임기 4년의 시장에 취임한 그는 대중교통의 개선과 쓰레기 처리 정책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도로 개선 문제가 당면한 과제라는 프루이치 시장은 신호등의 연동제를 통한 버스의 원활한 통행, 자가용 이용률을 줄이기 위한 외곽지역의 버스노선 개선, 공항에서 시내 도심지를 연결하는 공항노선의 개설 등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간선교통축인 리냐 베르지(녹색선) 주변을 활성화할 ‘리냐 베르지 프로젝트’를 통해 도로 양옆에 상가나 거주지가 형성되도록 투자를 유치하는 계획도 세워뒀다.
쓰레기 처리가 생태도시 쿠리치바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 그는 “향후 몇 년 안에 쓰레기를 60% 이상 줄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리치바시에도 빈민층이 적잖이 살고, 보행자 거리로 이름난 ‘꽃의 거리’에도 노숙자들이 꽤 있다. 프루이치 시장은 “여러 측면에서 앞서가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노숙자나 불법 거주자들에게 집을 지을 터 500여곳을 내주는 행사를 열었다.
프루이치 시장은 “새도시가 주민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구도심에 활력을 주는 도시재생을 미룰 수 없다. 시민들과 호흡하며 도시를 가꿔가겠다”고 말했다.
쿠리치바(브라질)/글·사진 허호준 기자
프루이치 쿠리치바 시장 “유럽·아시아서도 우리시 교통정책 벤치마킹”
프루이치 쿠리치바 시장
버스노선 개선 등으로 풀어갈것
쓰레기도 60% 더 줄이는 게 목표 “1970년대부터 추진해온 쿠리치바시의 교통정책은 콜롬비아의 보고타, 칠레의 산티아고,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유럽, 아시아의 여러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도적인 구실을 해 왔습니다.” 4월22일 오전 쿠리치바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구스타부 프루이치(51·사진) 시장은 생태도시를 추진하는 쿠리치바의 노력을 전달하는 데 열성적이었다. 쿠리치바의 대중교통을 두고 그는 “효과적인 운송수단으로 각광을 받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 버스 전용 도로를 운행하는 2단 굴절버스도 대체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임기 4년의 시장에 취임한 그는 대중교통의 개선과 쓰레기 처리 정책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도로 개선 문제가 당면한 과제라는 프루이치 시장은 신호등의 연동제를 통한 버스의 원활한 통행, 자가용 이용률을 줄이기 위한 외곽지역의 버스노선 개선, 공항에서 시내 도심지를 연결하는 공항노선의 개설 등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간선교통축인 리냐 베르지(녹색선) 주변을 활성화할 ‘리냐 베르지 프로젝트’를 통해 도로 양옆에 상가나 거주지가 형성되도록 투자를 유치하는 계획도 세워뒀다.
브라질 쿠리치바시내 보행자 거리로 알려진 ‘꽃의 거리’에서는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환담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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