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초래 책임 물어
구제금융비용 40억달러도 포함
미 정부 금융기관 처벌 전기될 듯
국내기업 사기성 CP 판매에 경종
구제금융비용 40억달러도 포함
미 정부 금융기관 처벌 전기될 듯
국내기업 사기성 CP 판매에 경종
130억달러 : 13조8000억원
미국 사법당국이 월스트리트(월가)의 금융회사 제이피모건체이스앤드컴퍼니(제이피모건)에 주택저당증권(MBS)을 부실 판매하는 등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실질적 책임을 물어 13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의 징벌적 합의금을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는 미국 사법당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단일 법인에 부과한 징벌적 합의금으로는 최대 규모다. 월가의 탐욕에 합당한 처벌이 없었다는 불만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엘아이지(LIG)그룹과 동양그룹 등 부실화를 목전에 둔 기업들이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대규모로 발행했고, 이 과정에서 부실 판매를 수행한 금융기관엔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미 사법당국의 결정이 주목된다.
19일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제이미 다이먼 제이피모건 회장이 18일 저녁 전화통화 등을 통해 협상을 벌인 끝에, 제이피모건이 130억달러의 징벌적 합의금을 내놓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130억달러의 성격에 대해 90억달러의 벌금에 더해 주택소유자 구제금융 비용으로 40억달러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제이피모건이 △모기지론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주택저당증권 등을 부실 판매해 2008년 파산 위기로 몰아넣고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들어가도록 한 데 대해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제기한 소송 관련 배상금 성격 40억달러 △주택소유자 구제금융 비용 40억달러 △벌금 50억달러를 부과받았다고 전했다. 제이피모건은 형사 기소 면제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합의를 지연시키기도 했으나, 기소 면제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합의금을 낸 뒤에도 제이피모건 전·현직 임직원은 수사 결과에 따라 범법행위에 대한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법당국은 2005~2007년에 제이피모건이 주택저당증권과 파생상품들을 팔면서 투자자들에게 위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부실 판매를 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합의에 대해 “그간 대형 금융회사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 처벌에 가속도를 높였다는 걸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움직임이 월가가 워싱턴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의심하는 대중들을 다소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월가의 최고위직들이 금융위기를 촉발한 위험한 행동들에 대해 왜 형사 기소를 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대중들의 의문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제이피모건은 금융위기 책임 등에 대한 법적 비용으로 올 3분기에만 92억달러를 따로 할당해, 다이먼 회장 재임 이래 처음으로 3억8000만달러의 분기 손실을 냈다. 향후 법적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시엔엔>(CNN)은 “제이피모건이 잠재적인 법적 비용에 대해 230억달러를 확보했다고 하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이 수치보다 60억달러가 더 추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쳤다”고 전했다. 실제 제이피모건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 말고도 이른바 ‘런던 고래’ 사건으로 불리는, 직원의 파생상품 불법 투자와 이를 감추기 위한 장부 조작 사건으로 약 1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최근 확정됐다. 임직원들이 고연봉으로 돌아올 개인적 성과에 대한 탐욕으로 ‘공격적 투자’로 포장한 채 고수익을 좇아 규정을 어기며 투자하고 이를 회계 조작으로 덮으려 했던 부도덕함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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