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화통신>, 미국 정보기관의 각국 정상 도청 질타
미국을 ‘엿보는 톰’에 빗대 “동맹국과의 신뢰 파괴” 비판
‘중국을 해킹 주범으로 몰던 미국의 이중적 태도’도 지적
미국을 ‘엿보는 톰’에 빗대 “동맹국과의 신뢰 파괴” 비판
‘중국을 해킹 주범으로 몰던 미국의 이중적 태도’도 지적
11세기 무렵. 영국 런던 북서쪽의 코벤트리에서 이곳을 다스리던 영주의 부인이 알몸으로 마을을 도는 사건이 벌어졌다. 레오프릭 3세가 세금을 과중하게 부과해 백성들의 고통이 커지자 영주의 부인인 고다이바가 알몸으로 성 안을 돌며 남편에게 세금을 낮춰달라고 호소를 한 것이었다. 백성들은 고다이바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며 그가 마을을 도는 동안 절대 알몸을 엿보지 말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 재단사 톰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채 그녀를 훔쳐보다 눈이 멀고 말았다. 지금은 고급 초콜릿의 대명사로 더 잘 알려진 고다이바엔 이런 전설이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고다이바의 전설을 인용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도청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는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신화통신>의 칼럼니스트 덩위산은 1일 ‘도청자 미국의 신뢰 파괴’라는 칼럼에서 미국을 ‘엿보는 톰’에 비유했다.
이 칼럼은 “유일한 수퍼 파워인 미국의 도청 의혹이 심장을 멎을 정도의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을 신뢰하던 우방국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저지른 도청이 역설적으로 이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도청 파문은 미국과 동맹국의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허물고 있다”고 했다. 또 “최근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도청 사실들은 미국이 얼마나 상대 국가 엿보기에 열을 올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06년에만 35개국 지도자들의 대화를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그 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자신들을 사이버 해킹 주범 국가로 지목해 공격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도청 의혹에서 나타나는 이중적인 태도는 미국이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백일하에 드러내 주고 있다”며 “미국의 신뢰를 저버린 행동은 앞으로 중국과의 ‘신형 대국관계’를 맺는 데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칼럼은 “엉클 샘(미국)은 고다이바의 알몸을 엿보던 재단사 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되새겨 봐야한다”며 끝을 맺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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