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순방’ 바이든 도쿄회담
불안한 일본 다독이면서도
대화 강조 ‘중국 자극’ 피해
‘두토끼 다 잡기’ 복잡한 속내
아베 “긴밀한 군사 연대” 역설
바이든 “한·일 관계개선 중요”
아베, 정상회담 의지 비치기도
불안한 일본 다독이면서도
대화 강조 ‘중국 자극’ 피해
‘두토끼 다 잡기’ 복잡한 속내
아베 “긴밀한 군사 연대” 역설
바이든 “한·일 관계개선 중요”
아베, 정상회담 의지 비치기도
2일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임무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었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일본의 불안을 다독이는 한편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제를 촉구하는 절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3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마친 뒤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60년 전부터 동아시아의 안정과 안전의 기반은 미-일 동맹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 동중국해의 현상 질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 미국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음에 이어졌다. 바이든 부통령은 “(동북아시아에서) 고조되는 위험을 줄이려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기 관리 메커니즘과 효과적인 대화 채널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와 만날 때 이런 우려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된 충돌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의도되지 않은 충돌이다. 이는 오산과 실수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의 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견줘 아베 총리는 “중국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를 묵인하지 않고 강력한 일-미 동맹에 기초해 두 나라가 긴밀히 연대해 대응하고, 자위대와 미군의 운용을 포함한 양국 정부의 정책 대응에는 전혀 변함이 없이 연대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미-일 공조에 기반을 둔 강력한 대응을 역설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중-일의 대화와 긴장 완화를 호소한 데 견줘, 아베 총리는 미-일의 군사적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었다.
바이든 부통령이 이날 보여준 다소 ‘어정쩡한 태도’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미국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직후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성명을 통해 “중국의 조처를 거부한다”고 했지만, 이후 민간 항공사가 중국 당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하는 등 사태가 대결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며 국면을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도 “일-한 간에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정상끼리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바이든 부통령은 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추가 도발 조처’를 자제하라고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수행기자단에게 “우리가 중국에 요청하는 것은 두가지”라며 “하나는 방공식별구역 실행 방안을 포함한 추가적인 도발적 행위를 자제해 오판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을 피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사국들과 사전 협의 없이 분쟁 지역에 대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포함한 또다른 불안 조성 조처들을 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아태 지역의 리더십을 둘러싼 미-중의 다툼은 조용하지만 분명히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원하는 ‘신형 대국관계’는 “서로의 핵심적 이익을 존중하는 것”을 기초로 하는데, 중국이 이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핵심적 이익이라 선언했기에 앞으로도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도 일본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압도적인 군사적 지위를 유지할 재정적 능력뿐만 아니라 의지도 없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쩌면 이런 일본의 불안감이 현재 아베 정권이 추진중인 집단적 자위권의 본질일 수도 있다.
도쿄 워싱턴/길윤형 박현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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