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 파키스탄 북서 변방주 한구 지역에 자리한 이브라힘자이 고등학교 교문 앞. 지각을 한 아이티자즈 하산(15)이 친구 2명과 함께 벌을 서고 있었다. 저만치에서 남성 남성이 천천히 학교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옷 위에 ‘폭탄조끼’를 걸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도망가자고 팔을 잡아 끌었다. 하산은 이렇게 말했단다. “저 사람을 막아야겠어. 우리 친구들을 죽이려고 하잖아.” 하산은 거침없이 폭파범에게 다가갔다. 온몸으로 그를 가로 막았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폭파범은 기폭장치를 당겼다. 폭파범은 현장에서 숨이 끊어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하산도 끝내 숨을 거뒀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한구 지역은 파키스탄에서 소수 종파인 이슬람 시아파 집단 거주지역이다. 폭파범은 파키스탄을 ‘수니파 이슬람 국가’로 만들겠다며 나선 무장단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미리 등교한 학생 2000명가량이 학교 안에 있었다. 폭파범이 학교 안에서 자살공격을 감행했다면, 희생자가 얼마나 됐을지 알 수 없다. 하산이 다닌 학교는 한구 지역의 유일한 공립 고등학교란다.
“내 아들은 자기 엄마를 울렸다. 하지만 아들의 행동으로 수많은 다른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세상에 의로운 순교자가 얼마나 되나. 아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하산의 아버지 무자히디 알리는 현지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샤히드 하산은 파키스탄의 용감한 아들이다. 나라의 자랑이다. 그에게 최고 훈장이 수여돼야 한다.” 파키스탄 언론인 나심 제흐라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샤히드’는 이슬람 성서 <코란>에 등장하는 말로 ‘목격자’ 또는 ‘증인’을 뜻한다. 흔히 의로운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순교자’에게 붙이는 경칭이다.
사건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그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파키스탄 안팎 누리꾼들의 글이 봇물을 이뤘다. 하산의 행동을 탈레반의 암살 기도에도 꿋꿋이 교육운동을 펼쳐 지나해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말랄라 유스프자이(16)에 견주는 이들도 나왔다. 한 누리꾼(@cheriedamour)은 “말랄라는 학교를 구하려고 머리로 싸웠다. 하산은 학교를 구하려고 온몸을 던졌다. 이런 젊은이들이 바로 파키스탄의 미래”라고 썼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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