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간 중 3년 유배형 확정
경기장 공사로 생태계 파괴 고발
푸틴 사면령 ‘여론 무마용’ 드러나
경기장 공사로 생태계 파괴 고발
푸틴 사면령 ‘여론 무마용’ 드러나
소치 겨울올림픽 개최로 인한 환경파괴의 실상을 고발했던 러시아 환경운동가에 대해 올림픽 기간 중에 중형이 확정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잇따라 내렸던 사면령이 ‘여론 무마용’이란 지적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13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소치 지역을 관할하는 러시아 크라스나도르 지방법원은 환경운동가 예브게니 비티시코에게 지난해 12월 내렸던 3년 유배형을 12일 확정했다. 그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비티시코는 이날 구속됐다.
지질학자이자 지역 환경단체 ‘북코카서스 환경감시’ 활동가인 비티시코는 소치 올림픽 경기장과 부대시설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를 적극 감시해왔다. 특히 국립공원 부지인 소치 올림픽 경기시설 단지 안에 고위 관료들을 위한 불법 초호화 주거단지가 들어섰다는 점을 고발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해당 불법 건축물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 이후에도 구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던 비티시코는 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3일 소치 외곽 투압세 지역에서 체포됐다. 그의 실형 확정을 두고, 현지 인권·환경운동 단체가 일제히 ‘정치적 보복’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티시코와 함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에스토니아로 망명길에 오른 지질학자이자 러시아 그린피스 활동가인 안드레이 페트로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체육시설이나 호텔은 물론 도로공사 자체가 불가능했던 국립공원 지역이 이제는 언제든 공사가 가능한 지역으로 바뀌었다”며 “(올림픽이 끝난 뒤) 나무 몇 그루 심고, 동물 몇종 보존한다고 천혜의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치 겨울올림픽은 사상 최대 규모인 510억달러의 개최 비용을 들인 ‘개발공사’로, 개막 이전부터 환경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경기장과 관련 시설 공사를 이유로 코카서스 지역 일대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유지해 온 므짐타강 계곡에 자리한 2천ha에 이르는 코카서스 호두나무 군락지와 흑해 연안 서식지가 파괴돼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왔다.
비티시코는 지난해 12월 재판 당시에도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올림픽 개최 지역 주민 7500여명도 그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말아달라며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동료 환경운동가 율리아 나베레즈니야는 <가디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힘을 보여주려는 거다. 올림픽이 한창 벌어지는 동안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면,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반대파 탄압을 위해)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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