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현지시각)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시의 관광버스 폭발 현장에서 버스가 반파된 채 서 있다. 폭발은 관광객을 태운 버스를 갈가리 찢어놨다. 타바/AFP 연합뉴스
충북 진천 소재 교회 성지순례…폭탄 터진 앞쪽 전소
이집트 시나이 유적지 관람뒤 출국심사 도중 폭발
이집트 시나이 유적지 관람뒤 출국심사 도중 폭발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타바시에서 한국인 성지 순례단 30여명을 태운 대형 버스가 16일 오후(현지시각) 폭발해 적어도 한국인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테러 현장인 타바에 도착한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망자는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2명 등 모두 5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집트인 사망자 가운데 1명은 운전사, 나머지 1명은 자폭 테러범으로 추정된다. 부상자는 21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국인 부상자 가운데 수 명은 중상“이라고 전했다.
한국인 15명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은) 가능하면 오늘 밤이라도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되도록 조기에 귀국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탑승자들은 충북 진천소재 중앙교회 신도 31명과 가이드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버스 탑승객이었던 노순영씨는 <와이티엔>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국경을 넘기 위해 출국심사를 하고 수속을 밟는 중에 폭발이 일어났다”고 사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버스가 앞면이 전소되다시피 했으며 중간에 있는 사람들까지 파편을 맞았다”고 전했다. <시엔엔>(CNN)은 현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폭탄이 버스 앞 부분에 장착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버스 앞부분이 완전히 날아갔다”며 중상자 등이 포함돼 사망자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샤름 엘셰이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바시는 국제공항이 있는 작은 휴양 도시로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 3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며 주로 홍해 관광을 위해 찾는 곳이다. 성지순례를 나서는 한국인들이 자주 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알자지라>는 현지 관리들이 “버스가 시나이반도 중부의 고대 그리스정교회 수도원을 방문한 뒤 타바에 도착한 참이었고, 힐튼호텔에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있는 중에 폭탄이 터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아흐람>은 이번 공격이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축출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희생된 최초의 테러라 보도했다. 공격을 누가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집트 내부에선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된 이래 비슷한 형태의 폭탄 공격 등이 증가하고 있다. 타바시는 이스라엘 접경지역으로 2004년에 알카에다 연계 세력이 힐튼호텔에 폭탄 테러를 해서 31명이 숨진 적도 있었다. 당시 희생자 대부분은 이집트인과 이스라엘인이었다. 시나이반도에서는 2012년 2월 한국인 관광객 3명이 현지 베두인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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