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을 받은 염수정 추기경이 자리를 뜨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염수정(71) 추기경이 22일(현지시각)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서임식을 통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가톨릭 교회 추기경에 공식 임명됐다.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첫 서임식이다.
염 추기경은 오전 11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한테서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원형 모자),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비레타(주케토 위에 쓰는 삼각 모자), 추기경 반지를 받았다.
염 추기경은 서임식 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하며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며 “한국민도 교황을 사랑하고 교황의 바람대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에 앞서 20일부터 이틀 동안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교황에게 “한국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다. 남과 북으로 흩어져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족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들과 이번에 가족을 만나게 된 상봉자들을 위해 교황께서 기도하고 강복해달라”고 청한 바 있다.
서임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추기경들의 이름을 선포하며 시작됐다. ‘안드레아 염수정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이란 염 추기경의 이름은 19명 중 12번째로 선포됐다. 염 추기경 외에 15개국에서 19명이 새 추기경이 됐다. 염 추기경 등 16명은 80살 미만이어서,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권을 갖는 추기경이 전체 218명 중 122명으로 늘었다. 이 중 2명은 3월에 만 80살을 넘게 돼 콘클라베 정원은 120명이 된다.
성 베드로 성당에서 진행된 이번 서임식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깜짝 참석했다. 베네딕토 16세가 공식 의식에 참석한 것은 퇴임 뒤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전·현임 교황, (추기경들 중 선출될) 미래의 교황이 한자리에 모인 이례적인 풍경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임식은 폐회로텔레비전을 통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몰려든 군중에게 중계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고위 성직자들과 외교 사절, 일반인 수천명이 자리를 지켰다. 한국인 참관객들은 염 추기경이 호명되고, 주케토와 비레타를 받을 때마다 환호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전정윤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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