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김연아 헌시.
“금메달을 놓쳤을 때, 모두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속삭였을 때, 나는 그를 믿었다. 시기와 분노, 경외와 공포로 비롯된 모든 무게로부터 해방된 그의 진심을 믿었다.”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피겨 여왕’ 김연아(사진) 선수를 위한 헌시를 23일(현지시각) 온라인판에 실었다.
가나계 미국 시인 콰미 도스(52)는 소치 올림픽 기간 매일 경기와 관련된 시를 써 공개했는데, 폐막식이 열린 이날 마지막 시에는 ‘폐회식, 김연아, 예의가 아닌 은메달’이란 제목을 달아 ‘여왕’을 기념했다. 이 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 사이의 네 부분의 시로 구성됐다.
도스는 네 번째 부분에 ‘김연아에게’라는 부제를 붙여,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판정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고 당당했던 김연아의 모습을 기렸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모든 게 끝나서 이제 행복하다/ 금메달을 놓치고도/ 모두가 우승을 빼앗긴 것이라고 소란을 피워도/ 나는 믿었다/ 그는 무거운 짐을 이제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했으리라고/ 여왕이 지고 있던 무거운 바위들/ 오랫동안/ 그가 견뎌야 했던 내면의 질투, 분노, 경외 그리고 두려움의 불길/ 이 모든 것이 이제 끝났다고/ 홀가분하고 기쁘고 평안하다고/ 그가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행복했고 그를 믿었다/ 이제 그는 스케이트를 벗고 땅에 발을 내디딘다/ 경기장 밖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져 간다.”
누리꾼들은 도스의 시가 감동적이고 피겨 여왕이 그리워질 것이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베네사’란 아이디의 누리꾼은 “경기장에서 여왕(김연아)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돼 울고 싶다”고 말했고, 아이디 ‘조’는 “소트니코바는 점프를 하고 스케이팅을 했다는 사실만 기억나지만 김연아의 경기는 우아한 선과 시적인 점프로 가득 찼다”고 썼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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