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 등 무장 50여명 경찰과 대치
분리독립 등 주민투표 요구
충돌땐 러 ‘자국계 보호’ 개입 가능성
러 대규모 군사훈련…긴장 더욱 고조
경찰, 유혈충돌 우려 진압 자제
나토 “러도 행동 자제를” 촉구
분리독립 등 주민투표 요구
충돌땐 러 ‘자국계 보호’ 개입 가능성
러 대규모 군사훈련…긴장 더욱 고조
경찰, 유혈충돌 우려 진압 자제
나토 “러도 행동 자제를” 촉구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출범하는 날,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국기를 앞세운 수십명의 무장세력이 지방정부 청사를 점거했다. 대규모 유혈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군 비상령을 내리고 군사훈련을 명령했다.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하다. 크림반도에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 러시아에 군사 개입 빌미를 줄 수 있어 과도정부가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27일 새벽 4시께 적어도 50여명의 무장세력이 크림반도 심페로폴의 지방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을 점거한 뒤 러시아 국기와 “크림반도는 러시아다”라고 적힌 표지판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완전무장을 한 이들은 밤중에 건물에 진입해 출입구를 봉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내무장관인 아르센 아바코프는 페이스북에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지방정부를 점거해 주변 지역을 경찰들이 봉쇄했으며 군·경에도 비상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자치공화국 지위를 지닌 크림반도가 분리 독립하거나 러시아에 통합될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의회는 최대 야당인 조국당 대표로 반정부 시위를 이끈 아르세니 야체뉴크의 총리 지명과 내각 구성을 승인해 과도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 언론에 성명을 내어 “나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통령이며, 극단주의자들 탓에 러시아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곧바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야누코비치의 요청을 모스크바가 승인했다고 전했다.
심페로폴 지방청사 앞에는 경찰이 출동했지만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26일 이 지방정부 건물 앞에서는 크림반도 주민 가운데 다수파인 러시아계 주민이 친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무슬림으로 반러 감정이 강한 소수계 타타르 주민이 이에 맞서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다 충돌해 사상자가 나오는 등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친러 무장세력의 심페로폴 점거 사태 등이 자칫 대규모 유혈 충돌로 번질 경우 러시아와 키예프 과도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러시아는 27일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배치된 전투기들에 전투준비 태세 명령을 내린 데 이어 러시아 동포의 권리 침해에는 가차 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6일에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 15만명, 탱크 880대, 전투기 90대, 군함 80척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명령했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군사훈련이 키예프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키예프 새 정부를 겨냥한 노골적인 군사 위협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에 주둔한 자국 흑해함대에도 보안 태세를 강화하도록 명령했다.
과도정부는 무장세력 점거 사태가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자극할까 우려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러시아 흑해함대에 “군기지 경계를 넘어서는 어떤 움직임이든 우리에겐 군사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 쪽에 영토 통합성을 존중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과도정부의 아바코프 내무장관은 “크림반도의 모든 사법기관은 과격 친러 세력이 과격한 친유럽 세력이나 타타르 세력과 충돌하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촉구한다”며, 유혈 사태를 우려해왔다.
서방도 이번 사태의 확산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긴장이나 오해를 부추기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의 외교부나 국방부도 우려를 표명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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