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만나 ‘긴장완화’ 논의
뒤이어 나토-러 회담도 예정
러, 무력 여지 두고 권력분점 압박
국면돌파 뾰족수 나올지는 회의적
뒤이어 나토-러 회담도 예정
러, 무력 여지 두고 권력분점 압박
국면돌파 뾰족수 나올지는 회의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장악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 발언을 한 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군사 대치를 푸는 대가로 러시아에 보장해야 할 적정 이권의 범위를 두고 복잡한 셈법에 빠졌다. 미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사태 악화 이후 처음으로 5일 회담장에서 마주 앉기로 한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러시아와 회담하기로 해 서방과 러시아가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5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장 완화를 논의할 회담을 연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이후 이들이 얼굴을 맞대는 것은 처음이다. 이는 애초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잡은 일정이었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직접 소통할 기회가 됐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안드리 데시차 외무장관 역시 파리에 도착했다. 이어 나토는 5일 러시아와 만나 같은 문제를 협상할 예정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까지 군사 행동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뒤 서방은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교착 국면을 돌파할 뾰족수가 없어서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적 안정화를 조만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 행동이라는 강경 카드로 사태의 주도권을 쥔 뒤 강온 전략을 능란하게 구사하며 서방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적정 영향력을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서방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을 현실로 인정하자 4일에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겨냥한 접경지대 군사훈련을 마무리하고 원대복귀를 명령했다. 이어 같은 날 직접 나서서 숨고르기 발언을 하면서도 무력 사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사실을 공개하는 등 강온 신호를 교대로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미래 질서에 대한 발언권을 원하며, 러시아계 주민의 권력 분점을 보장하는 체제를 희망하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실각 직전 유럽 3개국 외무장관의 중재·보증 서명 아래 현재의 과도정부 세력과 합의한 권력분점안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어 한다. 야누코비치 대통령한테 정치적 미래가 없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호한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그가 유일한 합법 대통령이고 과도정부는 불법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야누코비치가 다시 권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 차기 정권에서 권력 분점을 보장받을 협상 카드와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제재 카드를 포기한 터라 러시아를 만족시킬 선이 어디쯤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미 백악관 관리들이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로 △러시아가 동부 우크라이나까지 군사 행동을 확대하는 것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든 실질적 지배를 하든 현재 군배치를 이어가는 것 △러시아군을 철수하고 대신 우크라이나 대선까지 러시아계 주민의 인권 침해 등을 점검할 국제사회감시단을 두는 안을 수용하는 방안을 꼽는다고 전했다. 미국과 서방은 물론 세번째 시나리오를 원한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며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지키면서 국제감시단을 받아들이고 철군할 방법이 뭔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과 관련해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권력을 훼손하려는 서방의 지속적 시도 속에서 우크라이나를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어, 협상에 대단히 회의적인 태도”라며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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