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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크림 주민투표’ 강행…러, 우크라이나 본토에 군 투입

등록 2014-03-16 20:40수정 2014-03-16 21:34

‘러에 통합’-‘분리독립’ 중 택일
‘우크라이나 잔류’ 선택지에 없고
러시아계 주민 많아 통합 확실시

미 추진 안보리 투표무효 결의안
러 반대·중 기권으로 부결

러, 투표 전날 가스공급 기지 급습
우크라이나 군과 충돌 여부 불투명
러시아와 서구 국가들의 각축장이 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통합할지를 묻는 주민투표가 16일 서방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격렬한 반대와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앞서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가스를 공급하는 시설이 있는 우크라이나 본토 지역에 군부대를 투입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비비시>(BBC) 등은 러시아군이 실질적으로 장악한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통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시행됐고, 소수계인 타타르 주민들이 투표 거부선언을 했지만 러시아계 주민이 다수여서 이변이 없는 한 통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크림자치공화국 의회 해산을 명령하는 법안을 발효하는 등 반발했지만 주민투표를 막는 데 실패했다. 이날 친러 자경단과 자치정부 경찰 등 1만5000여명이 투표 방해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삼엄한 경비를 서는 가운데 주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닮은 자치공화국 깃발과 꽃다발을 들고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로 투표를 치렀다.

주민투표는 크림을 러시아 연방의 일부로 통합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우크라이나의 일부로서 1992년 헌법 체제와 지위로 돌아가는 것에 찬성하는지를 묻고, 두 문항 가운데 하나에 찬성 표기를 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하지만 1992년 헌법 체제 회귀도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지 않겠다는 ‘분리독립’ 선언과 마찬가지여서, 실질적으로 현재처럼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는 선택지는 없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주민투표에 앞서 미국은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투표를 무효로 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압박에 나섰다. 결의안은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지고 중국이 기권을 하면서 부결됐다. 러시아가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예상된 바지만, 중국이 기권함으로써 서방은 바라던 바를 이뤘다고 <비비시>는 짚었다. 중국은 안보리에서 대개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선 러시아에 포괄적 지지를 보냈지만, 자국내 소수민족 분리독립 가능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결국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고립돼 있고 홀로 틀렸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15일 “군사 협력 문제는 3차 제재 수단”이라고 밝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뜻을 밝혔다. 크림반도 갈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12억유로 규모의 군함 수출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던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유럽연합(EU)은 크림반도의 분리독립과 러시아 합병에 개입한 러시아 관료 등에 대해 자산 동결과 비자 금지를 추가하는 제재안을 17일 28개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에이피>(AP) 통신은 군 관계자는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만 관련 기업인에 대한 제재는 피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짚었다. 이는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경제가 밀착된 상황에서 회원국 피해를 고려하면 쓸 수 있는 제재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러시아는 실질적으로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분리독립 주민투표 강행을 지지한 데 이어 투표 전날 밤엔 크림반도 경계를 넘어서 과감한 군사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블룸버그 뉴스> 등은 러시아 군대가 15일 크림반도 경계선을 넘어 우크라이나 본토에 속한 아라바트 곶에 자리한 헤르손주의 스트릴코베 마을을 포위했다고 전했다. 중무장 군용헬기 4대와 무장차량 3대의 지원을 받은 80여명의 러시아군이 가스 공급 기지가 있는 이 마을에 투입됐다. <비비시>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기지에 대한 테러 위험을 차단하려고 나선 것”이라는 러시아 관료의 말을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압박하려고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끊는 조처를 할 것에 대비해 기간 시설 장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군사 침략”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또 과도정부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낙하산 부대를 급파하는 등 군사 대응을 통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가스 시설 바로 옆 지점을 장악했으며, 우크라이나 군대는 인근에 물러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독일에 있는 군사·정치·경제 정책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 펀드’의 고위 책임자인 외르크 포르브리히는 “러시아는 크림반도 장악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제는 우크라이나 본토에 병력과 선동가들을 파견해 상황을 떠보면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알아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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