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말레이 대사관까지 행진 시위
“진실을 감추고 시간을 낭비한 말레이시아 정부와 항공사, 군 당국이야말로 진짜 살인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여객기가 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24일 결론을 내리자 중국인 실종자 가족의 참고 또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 이 여객기의 승객·승무원 239명 가운데 154명이 중국인이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리두호텔에 머물며 16일 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실종자 가족은 25일 호텔에서 베이징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항의집회를 벌였다. 실종자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해 300여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대사관 앞에서 “말레이항공이 진실을 감추고 있다”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 “가족을 돌려다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MH370에 복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일부 흥분한 가족들은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향해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100여명의 공안이 배치됐지만 집회 참가자들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가족들은 대사관 쪽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물러났다. 한 목격자는 “대중집회를 엄격히 금지하는 베이징에서는 드문 풍경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밤 말레이시아항공 쪽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여객기가 추락했고, 유감스럽게도 생존자는 없다”고 알리자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실종 여객기에 자매와 조카딸이 타고 있었다는 한 여성은 “사실일 리가 없다. 아직 아무런 잔해도 발견된 게 없지 않으냐”며 울부짖다가 혼절해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아들이 탑승자였던 한 여성은 “아들아 돌아와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너와 같이 가겠다”고 울부짖었다. <신경보>는 “다수가 대성통곡하거나 절규했고 일부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항공이 실종기 잔해를 발견하기도 전에 가족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생환자가 없음을 통보한 것을 두고 무성의함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실종자 1인당 위로금 5000달러(539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25일 성명을 내어 “말레이시아 총리가 아무런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 결론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항공사, 군 당국은 실종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실종자 가족과 전세계에 진실을 감추는 데 급급했다”고 성토했다. 중국 정부도 말레이시아 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셰항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4일 밤 이스칸다르 빈 사루딘 주중 말레이시아 대사를 불러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달라. 수색 작업도 중단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여전히 최우선 임무는 수색”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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