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쏙] 신장 위구르족 잇단 테러
중국 남부 광둥성 광저우역에서 6명이 다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지난 6일 밤 9시50분. 무장경찰 복장을 한 푸정화 중국 공안부 부부장이 베이징역에 나타났다. 푸 부부장은 현장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병사들에게 “우리는 인민의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수호신이다. 테러가 발생하면 총을 사용해 신속하게 제압하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밤 남역, 서역, 북역 등 베이징의 주요 기차역 4곳을 모두 순시했다.
비슷한 시각, 류옌핑 공안부 부부장도 상하이역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류 부부장은 “기차, 전철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의 경계를 강화해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인근 쑤저우 기차역까지 순시했다. 이들의 상급자로 중국의 공안, 사법 부문을 총괄하는 멍젠주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는 같은 날 정법위 간부 회의에서 “급소를 찌르는 강펀치로 테러분자들의 악랄한 기세를 꺾으라. 테러를 제압하는데 현대 첨단기술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3중전회·양회·시진핑 주석 시찰 등
중요한 시기 노린 공공시설 공격
6달새 4건…수법 날로 정교해져
중 정부 “안전 최대 위협은 테러”
주도세력 인접 파키스탄 등과 연계
올해말 미국 아프간 철군 이후엔
이슬람 극단세력이 중국 노릴수도
국제사회도 잠재적 위험 우려 커져
무력 대응을 강조한 공안 간부들의 모습은 중국 당국이 최근의 테러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 이후 여섯 달 사이에 4건의 테러가 발생했는데, 유동 인구가 많고 교통 요지인 주요 기차역에서 3월부터 매달 터졌다. 과거 ‘중국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안의 카스나 허톈, 악수 등지에서 벌어진 치고 빠지기식 ‘파출소 습격’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4건의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다. 테러는 3중전회(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시찰, 5.1 노동절 연휴 때 맞춰 발생해, 마치 공안당국의 경계 강화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했다. 필립 포터 미시간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요한 시기에 맞춰 의도한 장소에서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테러집단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싱크탱크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6일 국제관계학원과 사회과학원이 펴낸 ‘2014년 중국국가안전연구보고 청서’에서 테러를 국가 안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했다. 청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일어난 테러 습격은 10건에 이르렀다. 관공서 등을 노린 중국 내 테러활동은 날로 건수가 늘고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테러 세력들은 첨단 장비가 아닌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라고 분석했다. 청서는 또 “신장 위구르 세력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극단주의자들의 공격도 모방하고 있다”고 적었다. 연구에 참여한 펑중핑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지금 중국 국내 안전의 최대 위협은 바로 테러”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서는 중국 당국의 정보력이나 테러 대응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샤오중 중국인민공안대 교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비롯해 각 지방 정부는 테러에 대한 정보 수집력이 떨어지고, 공안이나 무장경찰 등 대테러 부대들은 아직 테러에 대처하는 능력이 처진다”며 “지난 4월 21명이 숨진 신장 위구르 자치구 바추현 테러는 일곱달 전부터 계획됐지만 공안당국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공보>는 “최근 벌어진 테러들은 모두 국내외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신장이 중동화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테러를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최근까지는 ‘소규모의 민족 갈등’ 정도로 치부했다. 하지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신호에서 테러가 시 주석의 국가 발전 구상에 지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파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잇는 신실크로드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쪽 끝인 신장 위구르 지역과 서쪽 끝인 파키스탄 남부는 모두 갈수록 테러 세력이 기세를 떨치고 있다”며 “중국이 테러 세력을 막지 못하면 이 계획은 백일몽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가깝다는 지정학적 위치도 위기감을 키운다. 위구르족의 일부는 이들 국가에서 활동하며 수준 높은 테러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은 “신장 위구르족의 테러는 최근 인접 국가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세력들과 연계돼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테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4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미 2013년 말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테러 세력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중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장 위구르족으로선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디언>은 “미국이 9.11 테러 뒤 세계 전략을 바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였던 전례를 중국도 따를 수 있다. 칼과 사제 폭탄으로 행해지고 있는 현재의 테러가 중국과 국제정치 지형을 뒤흔들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3중전회·양회·시진핑 주석 시찰 등
중요한 시기 노린 공공시설 공격
6달새 4건…수법 날로 정교해져
중 정부 “안전 최대 위협은 테러”
주도세력 인접 파키스탄 등과 연계
올해말 미국 아프간 철군 이후엔
이슬람 극단세력이 중국 노릴수도
국제사회도 잠재적 위험 우려 커져
무력 대응을 강조한 공안 간부들의 모습은 중국 당국이 최근의 테러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천안문 차량 돌진 사건 이후 여섯 달 사이에 4건의 테러가 발생했는데, 유동 인구가 많고 교통 요지인 주요 기차역에서 3월부터 매달 터졌다. 과거 ‘중국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안의 카스나 허톈, 악수 등지에서 벌어진 치고 빠지기식 ‘파출소 습격’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4건의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다. 테러는 3중전회(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시찰, 5.1 노동절 연휴 때 맞춰 발생해, 마치 공안당국의 경계 강화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했다. 필립 포터 미시간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요한 시기에 맞춰 의도한 장소에서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테러집단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싱크탱크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6일 국제관계학원과 사회과학원이 펴낸 ‘2014년 중국국가안전연구보고 청서’에서 테러를 국가 안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했다. 청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일어난 테러 습격은 10건에 이르렀다. 관공서 등을 노린 중국 내 테러활동은 날로 건수가 늘고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테러 세력들은 첨단 장비가 아닌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라고 분석했다. 청서는 또 “신장 위구르 세력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극단주의자들의 공격도 모방하고 있다”고 적었다. 연구에 참여한 펑중핑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지금 중국 국내 안전의 최대 위협은 바로 테러”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서는 중국 당국의 정보력이나 테러 대응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샤오중 중국인민공안대 교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비롯해 각 지방 정부는 테러에 대한 정보 수집력이 떨어지고, 공안이나 무장경찰 등 대테러 부대들은 아직 테러에 대처하는 능력이 처진다”며 “지난 4월 21명이 숨진 신장 위구르 자치구 바추현 테러는 일곱달 전부터 계획됐지만 공안당국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공보>는 “최근 벌어진 테러들은 모두 국내외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신장이 중동화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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