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15일(현지시각)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부터)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있다. 포르탈레자/신화 연합뉴스
2년여만에 설립 합의
5개국 100억달러씩 출자
1천억달러 ‘위기대응 기금’도 설치
이 중 410억 투자한 중국 입김 세져
“세계금융 불안정성 줄어들 것”
실질적 위협 어려울 거란 전망도
5개국 100억달러씩 출자
1천억달러 ‘위기대응 기금’도 설치
이 중 410억 투자한 중국 입김 세져
“세계금융 불안정성 줄어들 것”
실질적 위협 어려울 거란 전망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미국 등 서방 주도의 국제금융 체제에 대항할 브릭스 신개발은행(NDB) 설립에 합의했다.
브릭스 5개국 정상들은 15일(현지시각)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6차 정상회의를 열어 회원국들이 균등하게 100억달러씩을 출자해 500억달러의 초기 자본금으로 신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두며, 5년 임기의 초대 총재는 인도 출신 인사가 맡기로 했다. 또 5년 안에 자본금을 1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또 1000억달러의 ‘위기대응 기금’을 설치하는데도 합의했다.
신개발은행은 2012년 3월 뉴델리 회의에서 설립 제안이 나온 뒤 2년4개월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세계 인구의 40%와 세계 경제 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브릭스는 그동안 자본금 출자 규모와 운영방식, 본부 입지 등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여왔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조인식에서 “신개발은행은 미국의 입김에 좌우됐던 세계 금융의 불안정성을 줄여줄 것이다. 브릭스 국가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발전을 돕는 금융안전망 구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개발은행 설립은 미국 등 서방 국가 위주의 기존 국제금융 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에 따라 탄생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축으로 국제금융 체제를 주도해왔다. 중국을 위시한 브릭스 국가들은 지난 수년동안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 자국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발언권을 요구해왔으나 묵살당했다. 결국 이들은 신흥국판 세계은행이라는 신개발은행 설립을 통해 새판짜기에 나선 셈이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경제정책연구센터 마크 와이스브로 공동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국제통화기금 등의 기구는 개발도상국에 구조조정 등 가혹한 지원 조건을 내걸며 스스로 신임을 잃었다”며 “이번 브릭스 신개발은행 설립은 세계 금융기구 재편의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융밍 상하이 푸단대 교수는 <신화통신>에 “서방 주도의 금융기구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금융기구가 탄생했고 이는 세계 금융기구 재편을 추동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개발은행 설립을 주도한 중국은 적잖은 성과를 올렸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상하이협력기구(SOC) 개발은행 추진을 통해 세계 각지에 자국 주도의 금융질서 재구축을 꾀하고 있는 중국은 신개발은행 설립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특히 ‘미니 국제통화기금’이라고 불리는 위기대응 기금에 가장 많은 410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브라질·러시아(180억달러씩 투자)나 남아공(50억달러)을 압도했다.
리오단 로에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로이터>에 “중국의 경제규모는 나머지 4개국을 합한 것보다 크다. 신개발은행의 주도권을 중국이 쥐게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4조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을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 분산 배치하는 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위안화가 국제통화화하는 발판도 마련했다.
하지만 브릭스 신개발은행이 기존 국제금융 체제에 실질적 위협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안강밍 칭화대 교수는 <명보>에 “신개발은행은 자본금이 500억달러로 적고, 회원국도 브릭스 국가 위주로 폐쇄적이라 100여개 국이 회원인 국제통화기금에 견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의 영향력에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뉴욕 타임스> 등은 “인도를 위시한 브릭스 회원국 사이에서 ‘중국이 새 은행을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인질로 삼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다”며 “신개발은행 성공의 최대 장애물은 바로 ‘빅브러더’ 중국이다”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브릭스 5개국 개황 및 신개발은행(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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