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형 항공기가 23일 기상 악화 속에 불시착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47명이 숨졌다.
<대만중앙통신>(CNA)과 <대만연합보>등은 이날 “승객과 승무원 58명을 태운 대만 푸싱항공 소속 항공기 GE222편이 저녁 7시께 대만 서부 펑후섬 마궁공항의 활주로 끝에 비상착륙하다 4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날 저녁 7시6분께 기장은 펑후 마궁공항 관제탑에 착륙을 시도하겠다고 연락한 뒤 교신이 두절됐다.
사고 항공기는 대만 인근을 강타한 태풍 마트모 탓에 기상이 악화한 상황에서 서해안 펑후섬에서 두 차례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공기에는 승무원을 포함해 54명의 어른과 4명의 어린이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장소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지는 않는 곳으로, 아직까지 한국인 탑승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기는 애초 이날 오후 4시께 대만 가오슝 샤오강공항에서 펑후섬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풍 마트모의 영향 탓에 1시간30분가량 출발이 지연돼 오후 5시30분께야 이륙했다. 이 비행기는 펑후섬 부근의 기상상태 악화로 첫번째 착륙에 실패한 뒤 다시 상승을 시도하던 도중 관제탑과의 연락이 두절되고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당시 마궁공항이 자리한 펑후현 부근엔 시간당 59㎜의 폭우와 함께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당국자는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불시착하자마자 화염에 휩싸였다. 발견 당시 기체는 화재가 발생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며 “항공기 추락의 여파로 근처 민가 2채도 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의 목격자들은 “비행기가 불시착할 당시 큰 화염과 함께 굉장히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다친 승객 11명은 인근 대만 국군펑후병원 등지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태풍 마트모는 여객기 사고 이전에 대만을 덮쳐 금융시장의 문을 닫게 하고, 철도·항공 수송을 중단시키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 태풍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만에 상륙한 것으로 전날 밤부터 시속 173㎞의 돌풍과 함께 몰아쳐,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지붕이 뜯겨나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대만 당국은 여객기 사고 이전에 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태풍은 많은 비를 뿌린 뒤 다소 약해졌지만, 대만은 3만1505가구에서 단전을 겪는 등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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