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구절 속뜻풀이 “이견을 언어로 감춘 고전적 외교”
“6자는 5차 회담을 11월 초 열기로 했다’는 구절의 속뜻은?” “ 11월 초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가 풀이한 베이징 6자 회담 공동성명의 여섯번째 조항 해석이다. 이 신문은 25일(현지시각) ‘공동성명에 담긴 진짜 의미는 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성명에 담긴 원칙들은 이견을 언어로서 감춘 외교의 고전적 사례를 보여준다”며 11가지 사례를 들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1월 초 회담 재개 약속’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풀이다. 외교전문기자 글렌 케슬러가 쓴 이 기사는 6자 회담 공동성명의 효력에 대한 워싱턴내 회의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슬러는 공동성명 1조의 ‘한반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란 구절은 북한 핵무기뿐 아니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까지 비핵화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고 지적했다.
또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북한 약속에서, ‘포기’란 단어는 미국이 요구해 왔던 ‘폐기’에 한걸음 못미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부분도 북한이 요구했던 ‘적대적인 의사가 없다’는 표현보다 완화된 것으로, 북한은 완전한 안전보장을 원했지만 미국은 모든 선택방안을 포기하진 않았다고 그는 해석했다.
케슬러는 공동성명 5조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른 조율된 조처’란 대목은 “누가 먼저 행동할 것이냐가 빠져 있다. 어떻게 단계적으로 (핵폐기와 보상을) 진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뤄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7년 동안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어 통역관으로 일하다 최근 은퇴한 김동현씨도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6자 회담 공동성명을 ‘언어의 지뢰밭’이라고 표현하며 “가령 ‘(핵을) 포기한다’는 구절은 그대로 놔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미국이 요구하는 ‘폐기’와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