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62·사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나가려면 수출뿐 아니라 내수 시장을 키워야 한다.”
벤 버냉키(62·사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27일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로 ‘내수를 확대하는 구조 변화’를 꼽았다. 그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동아국제금융포럼 ‘버냉키와의 대화’에서 “한국만한 경제 규모를 수출만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이 더 풍요로워지려면 국외 시장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국내 시장을 키워 수출과 내수가 균형잡힌 모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만든 물건을 국외에 내다 파는 방식으로 여러 성장 국가들이 효과를 봤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 수출 주도 경제로는 국내에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고, 세계 경제의 변동성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안정된 내수 구조를 갖추려면 수요 면에서 건전한 소비자들의 지출이 전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공급 면에서는 특정 산업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산업이 다각화하며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버냉키는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으로 조지 부시 정부 시절이던 2006년 미 연준 의장에 취임한 뒤, 버락 오바마 정부이던 2014년까지 8년간 미국의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대규모 양적완화와 ‘제로(0) 금리’ 정책으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제로 금리’에서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정상화가 가능할 만큼 튼튼해졌다는 것”이라며 “연준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해도 다른 나라의 경기를 끌어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제도권 금융·통화정책이 우수하고, 자본 흐름 관리가 고도화된 만큼 미국 금리 인상이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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