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모란봉악단이 12일 북한으로 돌아가려고 중국 베이징(北京)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베이징서 공연 예정 중 돌연 귀국…북한·중국 원인 밝히지 않아
고위 관료 관람 기대했으나 이에 못 미쳐 철수했다는 분석도
“다소 개선 기미 보이던 북중 관계에 약영향 미칠 거 같다”
고위 관료 관람 기대했으나 이에 못 미쳐 철수했다는 분석도
“다소 개선 기미 보이던 북중 관계에 약영향 미칠 거 같다”
12일부터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던 북한 모란봉 악단이 이날 오후 돌연 귀국했다. 정확한 원인은 북, 중 모두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공연 취소는 최근 다소 호전 기미를 보이던 북중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2년 직접 지시해 만들어진 모란봉 악단은 애초 12일부터 사흘동안 베이징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공연 관람은 중국 쪽의 군과 정부, 외교 관계자들로 일반인들의 관람은 제한됐다. 김 제1위원장은 옛 연인으로 알려진 현송월을 단장으로 한 이 악단은 10일 입국해 공연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였다.
12일 저녁 6시30분께 찾은 베이징 국가대극원에는 공연 취소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중국인 수십명이 목격됐다. 공연은 7시30분 예정이었다. 한 중국인 관람객은 “현장에 와서야 공연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당하다”라며 “아마도 이건 정치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전 김정은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 이건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을 주장하는 중국의 체면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공연이 취소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관람객은 “스모그와 교통체증을 뚫고 왔는데 무척이나 아쉽다. 돌아가는 수밖엔 없다”라며 “김정은의 옛 애인이 단장이고 공연 수준도 높다고 했는데 실망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수소폭탄 발언만 없었어도 류윈산 상무위원이나 류옌둥 부총리 정도는 공연을 보러 왔을텐데”라고 말했다. 국가대극원 곳곳에서는 “왜 취소가 됐느냐”라고 묻는 관람객과 “그건 우리도 모른다”는 관계자의 문답이 이어졌다. 7시께 대극원 관계자 검표소 앞에 “모란봉 악단의 공연이 사정탓에 취소됐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며 양해를 바란다”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붙였다가 취재진이 사진 촬영을 하자 황급히 떼어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원인을 두고는 현재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은 “모란봉악단 공연이 취소됐다. 원인은 불명이다”라는 정도만 보도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 쪽이 중국 쪽 인사들과 공연 외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이나 다른 문제를 논의하려 중국 쪽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려 했다가 중국 쪽이 이를 격이 맞지 않다고 거부하자 공연단을 철수 시켰을 추측을 해본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 쪽이 모란봉 악단 공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상무위원급의 관람을 기대했으나 이에 못 미치자 철수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확한 이유를 알수 없다. 좀더 기다려 봐야한다”라며 “여튼 다소 개선 기미가 보이던 북중 관계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사설에서 “모란봉 악단 공연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 결의 제재안 반대 등 최근 상황을 보면 중-북의 전통 우호관계가 순항할 기회다”라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중-북중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국제 제재와 양국 관계 악화를 부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 북한 전문가는 “도무지 원인을 모르겠다. 공연 당일 갑자기 취소하고 출국한 경우는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이날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낮 12시께 숙소인 베이징 민쭈 호텔을 나와 공연장이 아닌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지재룡 북한 대사는 이들을 배웅했다. <환구시보>는 “모란봉 악단이 간단한 짐과 악기를 챙겨 정오께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라며 “애초 베이징발 평양행 북한 고려항공 JS152편은 12시55분 출발이었으나 3시간 가량 연착한 끝에 오후 4시7분께 출발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들과 함께 온 북한의 공훈국가합당단원들도 이날 오후 열차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북한 모란봉악단이 12일 북한으로 돌아가려고 중국 베이징(北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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