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함 2척 등 4년만에 판매
오바마 집권 7년간 세번째
중, 미 대리대사 불러 항의
“대만은 중 영토…철회하라”
‘남중국해 갈등’ 이어 대립 격화
오바마 집권 7년간 세번째
중, 미 대리대사 불러 항의
“대만은 중 영토…철회하라”
‘남중국해 갈등’ 이어 대립 격화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 중인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재개를 두고 맞서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부각한 2조원대의 무기판매 계획에 중국은 미 군수기업에 대한 제재 카드까지 꺼낼 정도로 날카로운 반응이다.
미국 행정부는 16일 의회에 “18억3천만달러(2조1539억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수출 무기에는 1984년 취역했다가 올해 퇴역한 2척의 구축함, 대전차용 토우 미사일과 재블린 미사일, 수륙양용차인 에이에이브이7(AAV7),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2척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구축함(사진)은 퇴역하긴 했지만 광범위한 수상·대공 탐색력을 지닌데다 함포와 미사일 발사 능력, 대잠수함 전투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남중국해에 있는 중국 함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의회는 향후 30일 동안 행정부의 무기판매 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에이피>(AP) 통신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회가 승인하면 미국은 2011년 9월에 58억5천만달러(6조9443억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한 이후 4년 만에 다시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최대 4척의 구축함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해군 함정 이전 법안’에 서명한 뒤 미-중 관계를 고려해 재가를 1년여 동안 미뤄왔다.
비록 미국의 무기 판매가 오랜만에 이뤄지는 것이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역대 어느 대통령 때보다 많은 액수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한 7년 동안 대만에 무기를 수출한 것은 이번까지 포함해 세 차례지만, 판매총액은 120억달러를 넘어서 역대 최고액이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5년 전인 2010년 1월에도 대만에 63억9400만달러 어치의 패트리엇 미사일과 블랙호크 헬기 등을 팔았다.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2049 연구소’의 이언 이스턴 연구원은 “미국이 대만엔 자유, 민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신호를 준 반면, 중국엔 경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와중에도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정쩌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16일 리카이안 주중 미국대사관 대리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정 부부장은 “대만은 불가분한 중국의 영토로 중국은 미국의 무기 판매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중국 정부와 인민은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외부 간섭에 확고히 반대한다. 미국이 중-미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대만 무기판매 계획을 철회하고 군사 연락망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부장은 “무기 판매에 관계된 미국 업체에 제재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계약엔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언이 주 계약자로 참여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에 무기를 파는 것은 매우 민감하고 해로운 일임을 미국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화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미국은 (1979년 중-미 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겠다고 했음에도 그해 대만과 맺은 ‘대만 관계법’을 구실로 삼아 계속 무기를 팔고 있다”며 “이는 1982년 8월 미국이 대만 무기 수출을 줄여서 마지막엔 중단하겠다고 서명한 ‘중-미 대만 무기판매 문제 관련 공동성명’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미-중 수교 과정에서 최대 난제였다.
마일스 캐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은 6개 행정부를 거치며 일관성 있게 이어져왔다”고 해명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2척의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구축함
미국의 대만 주요 무기 수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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