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룬 국민당 후보도 15일 타이베이에서 유세 차량에 탄 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P EPA 연합뉴스
대만 총통 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15일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 유세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첫 여성 총통이 유력한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는 타이중, 신베이시를 거쳐 수도 타이베이에서 마지막 유세를 했다. 그는 “아직 개혁은 성공하지 않았다”며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주리룬 국민당 후보는 타이베이와 타이중을 거쳐 자신이 시장을 지낸 텃밭 신베이시에서 유세를 마쳤다.
대만의 선거는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부재자 투표가 없다. 국외 유권자들은 직접 대만으로 와 투표를 해야 한다. 국민당과 민진당은 14일 미주와 유럽에서 온 유권자들의 지지선언 행사를 열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대도시에 사는 젊은이들도 고향에 가 투표를 해야 한다. 승세를 굳힌 차이잉원 후보 쪽은 “주말 기차표가 많이 남는다”라며 젊은이들의 귀향 투표가 적을까봐 우려하기도 했다.
현직 총통이 직접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국민당 출신인 마잉주 총통은 14일 평소 사이가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진 롄잔 명예주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분열을 끝내고 국민당의 승리를 위해 함께 가자”라고 말했다. 마 총통은 “민진당이 대만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철마다 대통령들이 선거 개입 발언 논란이 일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탄핵사태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문화 차이인 셈이다. 선거 기호 역시 입법원(국회) 의석수가 아닌 출마자별 개별 추첨을 통해 정해진다. 유권자들이 헷갈릴 수 있지만 기존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막는 효과가 있다.
대만 총통 후보인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가 14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AP EPA 연합뉴스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민진당사 한편엔 팬시점을 연상케 하는 홍보 기념품 가게가 터를 잡고 있다. 물품마다 차이잉원 후보의 캐리커처와 사인이 새겨져 있다. 차이잉원과 그의 애완고양이가 그려진 머그컵은 350대만위안(1만2000원), 티셔츠는 820대만위안(2만9000원)에 팔린다. 양초·배지·쿠션·모자·향수·공책 등도 빼곡하다. 일반 가게보다 30% 비싸지만 지지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소비하면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티셔츠를 산 한 지지자는 “후보에게 선거자금도 지원하고, 후보 홍보도 할 수 있다.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가게는 총통 선거가 열리는 4년 만에 한번씩 연다. ‘4년장’인 셈이다. 선거 소품하면 거대한 기호가 새겨진 빨강·노랑·파랑의 원색 점퍼와 모자 정도가 고작인 한국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경쾌한 풍경이다.
타이베이/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