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측 “임박한 위험”으로 판단 고릴라 사살…4세 남아 생명에는 지장 없어
아이 데리고 있던 엄마 비난하는 글 쇄도
아이 데리고 있던 엄마 비난하는 글 쇄도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멸종위기 고릴라가 사살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피트(4.572m) 아래 고릴라 우리에 빠져 생명이 위협에 처한 4살 남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쳐도, 아이가 우리에 빠지도록 방치해 결과적으로 고릴라를 죽게 한 부모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현장에서 목격자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 200kg에 육박하는 고릴라가 우리 안에 고인 물 속으로 떨어진 아이를 마치 장난감처럼 질질 끌고 다니거나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등 거칠게 다루고 있다. 일부 목격자들은 고릴라가 아이를 보호하려 했다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아이는 울부짖었고 충분히 아이의 안전을 우려할 만한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이 10여분간 지속되자 동물원 쪽은 “임박한 위험”으로 판단해 고릴라를 사살했다.
사살된 수컷 고릴라는 1급 멸종위기 종인 로랜드고릴라로, 17살 하람베였다. 동물원 쪽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하람베를 잃어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아이의 생명이 위험해 속히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아이를 데리고 있던 엄마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가 우리에 빠지지 않도록 보살폈다면 하람베가 사살되는 비극도 벌어지지 않았으리라는 지적이다. 미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 ‘하람베를 위한 정의’라는 온라인 청원 사이트가 진행한 부모 처벌 서명운동에 24시간만에 8000명이 서명했다. 현재 아이의 가족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신시내티 동물원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동물원에 배치된 경호 인력들이 아이가 우리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대로 관리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동물원에는 참전군인 출신 등 경호 인력들을 상시 배치하고 있고, 1978년 고릴라 월드 개관이래 이런 사고는 처음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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