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부시 “후세인 없는 세상 더 좋아져”
2003년 3월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이 “총체적으로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지만, 당시 영국과 미국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은 끝내 자신들의 결정을 반성하지 않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6일(현지시각) 칠콧 보고서가 발표된 뒤 2시간 가까이 진행한 이례적인 기자회견에서 “당시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했고, 내 판단으로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없는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됐고, (지금도) 더 나은 곳”이라고 강변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라크전 이후 (권력 공백을 틈타) 이른바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상당 지역을 장악하면서 세상이 더 위험해졌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블레어 전 총리는 고의는 아니었으나 참전 당시 판단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당시 이뤄진 정보 판단들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고,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전쟁의) 여파는 더욱 적대적이었고, 기간도 더 오래 끌었고, 더 피투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한테 동의하지 않는 건 괜찮지만, 내가 거짓말을 했다거나 정직하지 않았다거나 은밀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이라크전 참전 결정에 대한 반성은 없었지만, 사망 군인과 유가족들한테는 유감을 표명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가족이) 목숨을 잃는 걸 보지 않았을 사람들에 대해 슬픔과 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를 이라크로 끌어들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사담 후세인 없는 세상이 더 살기 좋다는 것을 여전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프레디 포드 대변인이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블레어 전 총리가 2002년 6월 부시 대통령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는 비밀 메모를 보냈다는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서도 “블레어 총리 재임 시절 영국보다 더 강력한 동맹은 없었다”고 옹호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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