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6%, 70년래 최저치
“러 회동 부적절” 여론 52%
“러 회동 부적절” 여론 52%
부동산 재벌이자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진행자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20일로 꼭 6개월이 됐다. 언론과의 안하무인식 충돌, 주요 공약의 이행 실패, 러시아와의 대선 개입 공모 의혹 등 ‘혼돈의 반년’은 숫자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19일 ‘대통령 트럼프’의 첫 6개월을 평가하는 흥미로운 수치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더 많은 법안에 서명했다”고 떠벌렸지만 언론의 팩트 체크를 통해 거짓말로 판명났다. 트럼프는 6개월간 42개 법안에 서명했는데, 역대 대통령 평균인 43개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법안의 절반가량은 영향이 미미해 의회에서 집중 논의되지도 않았다. 반면 오바마케어 폐기 법안, 세제 개혁 등 주요 법안들은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데도 입법 실적이 ‘0’이다. 대표 공약이었던 ‘트럼프 케어’(건강보험개혁안)는 지난 3월 하원 표결에 실패했고, 상원에서도 18일 표결이 좌초됐다.
그 결과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 70년간의 6개월차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치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와 <에이비시>(ABC) 방송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36%에 불과했다. 그나마 막무가내 트럼프를 지탱하는 건 지지자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엔비시>(NBC) 뉴스가 공동 조사한 결과, 대선 때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앞섰던 카운티에서의 트럼프 지지율은 여전히 50%다.
기자회견 횟수 ‘1’은 언론과 트럼프의 불편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대신 지지자 유세와 트위트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대선 때 자신이 우세했던 플로리다 등 5개 주에서 선거 유세 스타일의 대중연설을 했고, 트위트는 991건을 올렸다. 트럼프가 트위트에서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가짜 뉴스’(82회)다. 일자리(46회), 오바마케어 관련 단어(45회), 버락 오바마(36회), 힐러리 클린턴(22회)이 뒤를 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취미를 비판했던 트럼프는 지난 6개월간 ‘골프 사랑’을 과시했다. 26차례의 주말 가운데 21회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등 본인 소유 리조트에서 지냈는데, 골프장에서 총 40일을 보냈다.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확산 일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조사해 1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를 직접 만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2%다. 적절하다(23%)와 모르겠다(25%)는 응답보다 각각 두 배나 많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20일 취임 6개월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선거 관련 자문위원회를 마치고 떠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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