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최악의 직업을 가진 사람 중 한명’이었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21일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워싱턴 /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6개월 만에 공보라인을 전격 교체했다. 공보라인이 ‘러시아 스캔들’ 보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전열을 정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를 두 달간 공석이었던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했다. 스카라무치 임명에 반대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전투적으로 옹호해온 새라 허커비 샌더스 수석부대변인이 스파이서 후임으로 승진했다.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 앤서니 스카라무치. 출처: CNBC
트럼프는 21일 “앤서니는 내가 대단히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선거기금 모금에 깊숙이 관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경제자문을 맡았고, 언제든 요직에 기용될 후보군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트위트 등을 통해 총기 규제와 기후 변화 대응 등 트럼프의 주요 정책에는 이견을 보여왔다. 스카라무치는 22일 논란이 된 트위터를 삭제한 뒤 “과거의 관점은 진화하는 것이고 혼란의 원인이 돼선 안 된다”며 입장 변화를 드러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스카라무치 임명이 혼란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대하며 사의를 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는 사의를 반려했지만, 스카라무치 임명을 강행해 결국 스파이서가 물러났다. 스파이서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보국장 겸 수석전략가와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의 선임 공보 고문이었다. 트럼프가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워싱턴에서 최악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고전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5월 예비군 훈련에 참석한다며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으면서부터 경질설이 제기됐다. 트럼프는 “스파이서가 더 이상 터프하지 않다”는 등 불만을 내비쳐왔다.
백악관 대변인으로 승진한 새라 허커비 샌더스. 출처: 뉴욕포스트
샌더스 신임 대변인은 스파이서를 대행하면서 트럼프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비판하는 등 ‘트럼프 편들기 브리핑’으로 이름을 날렸다. 트럼프는 그에 대해 “뛰어난 역할을 해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딸로, 정치 컨설턴트로 일하다 지난해 2월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공보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깊은 불만을 보여주는 인사이며, 백악관 내 분열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레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는 스카라무치 임명에 반대했다. 반면 평소 친분이 깊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이방카 트럼프 부부는 스카라무치를 적극 추천했다. 백악관 2기 공보라인 정비 이후 쿠슈너의 입지가 더 강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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