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 의회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가결한 27일, 바르셀로나의 자치 의회 밖에서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시민 수천명이 독립 선언을 기다리며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고 있다. 바르셀로나/ EPA 연합뉴스
카탈루냐가 결국 독립을 선언했다. 스페인 상원이 즉시 카탈루냐의 자치권 일부를 박탈하고 직접 통치하는 헌법 제155조 발동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해 양쪽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27일 오후(현지시각) 무기명 표결을 통해 의원 찬성 70명, 반대 10명, 기권 2명으로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가결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표결에 앞서 자치의회 의원들은 “독립적인 주권국가로서 카탈루냐 공화국을 선포한다”는 방안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거쳤으며, 독립에 반대하는 야권 의원들은 표결 참여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독립 반대파들은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과 여당이 스페인의 일부로 남기를 원하는 다수 카탈루냐인의 뜻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푸지데몬 수반은 26일 “중앙정부로부터 아무 (자치권) 보장도 받지 못해 이를(조기선거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스페인 정부의 자치권 박탈 계획에 대한 카탈루냐의 대응 방안은 자치의회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애초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스페인 정부의 뜻대로 조기선거를 치르는 대신, 스페인이 자치권 박탈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양쪽이 큰 충돌을 피하리라 전망해왔다. 그러나 푸지데몬 수반이 집권 연합 안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 조기선거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선거설이 흘러나온 이후 강경파 일부가 ‘의원직 사퇴’ 배수진을 쳤고, 시위대 수천명도 자치정부 청사 앞에서 독립선언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6일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자치의회에 나와 있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모습. 이에 앞서 푸지데몬 수반은 스페인 중앙정부가 원하는 조기선거 방안을 거부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스페인 상원은 곧바로 카탈루냐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 통치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14명, 반대 47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1975년 프랑코 독재정권 종식 후 최초로 헌법 제155조 발동안을 승인한 것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국무회의를 열어, 푸지데몬 수반 등 모든 카탈루냐 각료를 해임하는 것을 포함해 구체적인 직접 통치 방안을 논의했다. 카탈루냐 조기선거는 물론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재정·경찰·언론을 통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투표가 위법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푸지데몬 수반은 지난 1일 분리독립 투표에서 투표율 45%에 찬성률 90%라는 결과가 확인된 뒤 독립선언에 서명했다. 다만 중앙정부에 협상을 촉구하며 독립선언 실행을 보류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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