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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페이시가 한 짓은…” 줄잇는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백

등록 2017-11-09 11:57수정 2017-11-09 21:41

배우 앤서니 랩 성추행 피해 폭로 뒤 남녀 불문
“그 일은 그 후로 몇년간 나에게 영향 미쳤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케빈 스페이시. 사진 출처: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케빈 스페이시. 사진 출처: 넷플릭스
“우울증으로 체중이 늘고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당신이 나한테 상처 줬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 일은 그 후로도 몇년간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영국 공연가 케이트 에드워즈)

지난달 29일 할리우드 배우 앤서니 랩의 폭로로 케빈 스페이시의 성범죄가 세상에 알려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동안 숨죽였던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1980년대부터 2016년까지 스페이시는 연예계 거물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어리고 연약한 피해자들에게 탐욕스런 포식자의 손길을 뻗쳤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런던으로 온 크리스 닉슨이 스페이시를 처음 만난 건 2007년이다. 닉슨은 스페이시가 예술감독으로 있던 올드 빅 극장 근처 바에서 일하고 있었다. 스페이시는 한 파티에서 닉슨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성기를 움켜쥐었고 성행위를 제안했다. 이를 거절하고 자리를 뜬 지 2주 뒤, 닉슨은 근무 중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60㎝ 뒤에 스페이시가 서있었다. 스페이시는 닉슨의 허리띠를 잡고 또 성관계를 제안했다. 닉슨은 <비비시>(BBC) 방송에 “그 일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객이었고, 나는 해고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44살의 미국 감독인 한 피해자는 22년 전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도 끝내 실명을 감췄다. 스페이시의 영향력이 두려워서다. 1995년 스페이시는 영화 <알비노 앨리게이터>의 감독이었고, 피해자는 현장 스태프였다. 스페이시는 피해자의 옆자리에 찰싹 붙어 허벅지를 갖다댔고, 안쪽 허벅지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 피해자는 “나는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싶었고, 촬영장에서 가장 막강한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스페이시의 관심)은 나를 불안하고 불편하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랐고 갇혀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공연 예술 교사로 일하는 케이트 에드워즈는 17살 때인 1986년 스페이시와 악연을 맺었다. 브로드웨이 쇼 <밤으로의 긴 여로> 공연 기간이었다. 스페이시는 에드워즈를 파티에 초대했는데, 도착해보니 단 둘뿐이었다. 에드워즈가 성관계를 거부한 그날부터 스페이시는 에드워즈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혼란과 고립감, 수치심을 느낀 에드워즈는 우울해졌다. 체중이 불고 쇼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 에드워즈는 “당신이 나와 다른 젊은이들에게 한 짓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직 텔레비전 앵커 헤서 운루는 8일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겪은 피해를 폭로했다. 운루의 아들은 18살 때인 2016년 7월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의 한 바에서 스페이시가 사준 술을 마셨다. 매사추세츠주의 음주 허용 연령은 21살부터다. 스페이시는 술에 취한 운루 아들의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고, 경찰이 사건을 수사중이다. 운루는 “당신이 내 아들한테 한 일을 부끄러운 줄 알라”며 눈물지었다.

성추문 사태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퇴출된 스페이시는 촬영을 마치고 다음달 개봉 예정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올 더 머니 인 더 월드>에서도 ‘삭제’됐다. <가디언>은 제작사 소니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시 촬영분을 삭제하고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캐스팅해 재촬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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