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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하루 12시간 이내로 먹으면 무조건 살이 빠진다고?

등록 2018-01-01 17:43수정 2018-01-01 22:50

평소 먹던 대로 먹으며 하루 10~12시간으로 음식물 섭취 시간 제한
“시간제한 섭취법 통해 체중 감량·혈압과 혈당 감소” 결과 잇따라
“먹는 시간이 줄면 자동적으로 칼로리 섭취량도 줄기 때문” 분석도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체중 감량이 필요하지만 운동도 식이요법도 매년 작심삼일로 끝났다면, 올해는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시간제한’으로 새롭게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월31일(현지시각) 최근 몇년간 체중감량 연구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른바 ‘시간제한 섭취법’(TRF·Time-restricted feeding) 다이어트 전략을 소개했다.

시간제한 섭취법을 충실히 따르면, 먹는 시간만 조절할 뿐 무엇을 먹을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마음껏 과식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 전문가들은 평소 먹는 대로 먹으면 괜찮다고 제안한다.) 하루 첫 음식을 섭취한 때부터 마지막으로 먹을 때까지 음식물 섭취 시간은 최대 12간 내로 제한한다. 가급적 8~10시간 이내로 줄이면 이상적이다. 총시간만 제한할 뿐 식사 시간대 자체는 낮이든 밤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한 식이요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시간제한 섭취법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중감소 효과를 봤다. 혈압이 낮아지고 혈당 수치가 개선되고 노화가 늦춰지는 등 부수적인 신체적 변화들도 나타났다.

미 샌디에이고 솔크연구소 사치다난다 판다 교수는 생쥐를 이용해 시간제한 섭취법의 효과를 처음 연구했다. 2015년엔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대했다. ‘내 생체시계’(MyCircadianClock) 앱을 만들어 156명을 추적 조사했다. 판다 박사는 실험 참가자의 50%가 하루 15시간 이상 식사를 했고, 10%만 12시간 이내로 식사와 간식 섭취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판다 박사는 이 연구 결과를 생명과학분야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게재했다. 통상 하루 15시간 이상 음식물을 섭취하던 8명의 과체중 참가자가 16주간 그 시간을 10시간으로 줄였을 때, 체중의 4%가 줄었다. 이 참가자들은 1년 뒤에도 자발적으로 섭취 시간을 지켰는데, 요요현상 없이 체중이 유지됐다. 판다 박사는 “그들 모두 더 잘 자고, 하루 종일 더 활기차다고 말했다”며 “실제로 배고픔을 덜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판다 박사에 따르면, 생쥐를 이용한 시간제한 섭취법 실험을 통해 몇가지 유의미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의 절반 이상 금식을 하면, 우리 몸은 세포 수리를 위한 성분을 만들어 내고 독소와 음식 속의 착색제를 제거하고, 피부와 위 내벽의 디엔에이(DNA) 손상을 회복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시간제한 요법이 유방암 위험을 줄인다는 일부 증거도 있는데, 대부분의 회복 과정은 금식이 시작된 뒤 12시간 무렵 절정을 이룬다고 판다 박사는 전했다.

캘리포니아 폴섬에 있는 머시 메디컬 그룹의 가정의학과 줄리 샤츨 박사는 2012년 판다 박사의 생쥐 연구 이후, 시간제한 섭취법 지지자가 됐다. 샤츨 박사는 과체중 환자들에게 하루 식사 시간을 11~12시간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하기 시작했다. 이후 혈압이나 혈당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는 환자들에게도 이 방법을 추천한다. 샤츨 박사는 “많은 환자들이 혈압약을 끊었다”며 “일부는 당뇨를 극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샤츨 박사는 현재 솔크연구소에서 판다 박사의 앱으로 추적해온 환자들의 체중 감소를 연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엘도라도에 거주하는 66살 비비언 루트니스는 그들 중 한명이다. 루트니스는 저녁 파티를 오후 4시에 시작할 정도로 시간제한 섭취법에 적극적이다. 그는 5개월 전 하루 음식물 섭취 시간을 10~12시간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이래 체중을 6파운드(약 2.72㎏)가량 뺐다. 그는 “시간제한 섭취법은 칼로리를 계산하거나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다이어트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시간제한 섭취법 참가자들의 음식물 섭취 시작 시간은 효과와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레오니 하일브론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대학 부교수는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있는 과체중 남성 1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시간제한 섭취법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머지는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 음식물을 섭취한다. 실험은 한 주 동안 이어지다가 2주간 쉬고, 다시 상대방 스케줄로 바꿔 음식물을 섭취한다. 하일브론 박사는 “양쪽 다 혈당 수치가 개선됐다”며 “단지 체중 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버밍햄의 앨라배마대 영양과학 부교수인 코트니 피터슨 박사도 8명의 당뇨병전증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파일럿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참가자들은 5주 동안 6시간만 음식물을 섭취했고, 그 이후 5주간은 똑같은 음식을 12시간 동안 섭취했다. 피터슨 박사는 “남성들의 혈당량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인슐린 민감도 혹은 정제당 처리 능력 및 혈압이 모두 개선됐다”고 말했다.

판다 박사는 150명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좀더 확대된 시간제한 섭취법 연구를 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가 예산을 지원했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의료 체계 대학의 심장병 전문의이자 부교수인 팸 타웁 박사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타웁 박사는 이 대학 대사증후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식사 시간을 하루 1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별도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초기 연구결과에서는 체중 감소와 공복 혈당치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콘스탄틴 셰브첸코는 참가자 중 한명인데, 지난 8월 연구에 참가한 이후 30파운드(약 13.60㎏)가 줄었고 혈압과 혈당 모두 좋아졌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음식물을 섭취하는데, 이전에는 밤 10시까지도 식사를 하곤 했다. 그는 “시간제한 섭취법대로 먹으면서 자동적으로 좀 덜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대 영양학 부교수 크리스타 배러디도 12주간 50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 8시간 다이어트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식사를 할 수 있었고, 하루에 300칼로리를 더 적게 섭취했으며, 평균 7~8파운드(약 3.17~3.62㎏)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배러디 박사는 “체중 감소는 지방량 감소 때문이었고, 근육량 감소 때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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