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23일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에 반대하며 ‘트럼프는 스위스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시위를 하고 있다. 다보스/EPA 연합뉴스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상반된 두 목소리가 요란하다. 외국 정상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세이프가드 발동 등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질타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감세 정책이 세계 경제 성장의 촉매제가 되리라며 칭송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화의 메카로 여겨지는 다보스포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보호무역주의를 ‘세일즈’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보스포럼 개막 전날 중국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처)를 발동한 것도 이를 위한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보스를 찾은 외국 정상들은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세계화 대신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세계화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판공실 주임도 24일 연설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다자주의, 다자무역주의, 공동 발전, 세계 발전 등을 추진하겠다”며 보호무역주의 추세와 발맞출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류 주임은 이를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과 관련해 “개혁개방 40주년(올해)에 맞추어 금융, 제조·서비스업, 지식재산권, 수입 증대 등 4대 분야에 각각 관련 조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가시적인 움직임도 진전을 보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3일 캐나다·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11개국이 오는 3월8일 칠레에서 미국이 빠진 채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서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대체할 새 무역협정이다.
각국 정상들의 성토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감세라는 선물꾸러미를 챙긴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시엔엔 머니>는 ‘다보스는 트럼프의 감세를 사랑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인들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한 감세 조처가 미국 경제 성장과 투자 증대를 촉진하리라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의 티잔 티암 최고경영자는 “업계가 미국에서 더 많은 거래를 찾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세제 개혁은 우리가 정확히 필요로 하던 것이며, 세계 성장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코뱃 시티그룹 최고경영자는 “아마도 감세가 우리를 자신감으로 이끌어줄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2000년 빌 클린턴 이후 18년 만에 다보스포럼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감세와 규제 완화의 혜택을 설명하며 대미 투자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밖에 북한 비핵화와 이란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며, 26일엔 폐막 연설을 한다.
전정윤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