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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아우슈비츠 악몽’ 건드린 독일차 ‘배기가스 인간 실험’

등록 2018-01-30 16:12수정 2018-01-30 20:33

폴크스바겐·다임러·베엠베 지원받은 연구소
원숭이 이어 인간까지 디젤 배기가스 흡입 실험
“아우슈비츠·T4 가스실의 어두운 기억 건드려”
지난 3월14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의 자동차와 로고. 볼프스부르크/ AFP 연합뉴스
지난 3월14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의 자동차와 로고. 볼프스부르크/ AFP 연합뉴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지원한 연구소가 ‘인간 배기가스 실험’을 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나치가 유대인과 장애인들을 학살한 ‘가스실’의 기억을 건드려 독일과 지구촌을 다시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데페아>(dpa) 등 독일 언론은 30일 자동차 업체들이 인간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디젤 엔진 배기가스 실험으로 인해 분노가 촉발됐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 다임러, 베엠베(BMW)가 연구 방법을 몰랐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 자동차 업체가 지원하는 로비 단체인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은 2014년 아헨공대 연구소에 의뢰해 한달간 남성 19명과 여성 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1주일에 1회, 1회에 3시간씩 질소산화물이 포함된 다양한 농도의 디젤 배기가스를 흡입한 뒤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실험이었다.

앞서 지난 25일 <뉴욕 타임스>는 이 연구소가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민간 의학연구소에 의뢰해 원숭이 10마리를 실험실에 가둬놓고 배기가스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4시간씩 폴크스바겐 뉴비틀 디젤 등 몇 대의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맡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는 폭로였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TO)가 디젤 배기가스를 발암물질로 분류하려 하자, 신기술로 배기가스 인체 유해성을 줄였다고 주장하려고 실험을 고안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2015년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량을 실제보다 적게 표시되도록 조작하는 대형 스캔들을 일으킨 바 있다. 아헨공대 연구소는 “윤리적으로 승인된” 인체 실험이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스캔들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연구자금을 댄 폴크스바겐은 성명에서 “당시 선택된 과학적 방법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한스 디터 푀치 자문위원장은 “자문위가 이를 조사할 것이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임러는 자사 차량이 실험에 사용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해당 실험을 강력히 비판한다. 연구 방법론에 충격을 받았다. 다임러의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판 자이베르트는 29일 “인간과 원숭이를 상대로 한 이런 실험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실험의 목적을 밝히고 의문점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것은 분명히 아우슈비츠 같은 가스실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혹은 장애인 7만명에게 독가스를 마시게 한 나치의 T4 캠페인을 떠올리게 한다. 간단히 말해, 독일 역사상 가장 어두운 장의 추억”이라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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