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차세대 “무적의 핵무기”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크레믈 누리집
오는 18일(현지시각) 네 번째 대선 도전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는’ “무적의 핵무기”였다. 핵무기로 서방을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해 득표율을 올리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푸틴의 러시아와 트럼프의 미국이 핵무기 개발 경쟁을 천명하면서 신냉전 혹은 ‘세계 제2차 냉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상·하원 연례 국정연설에서 “핵탄두를 탑재하고 저고도로 날면서 탐지가 어려운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푸틴은 “실질적으로 사거리 제한이 없으며, 비행 경로가 예측 불가능하다”며 “요격망을 우회할 수 있어 모든 현존하거나 미래에 개발될 미사일방어망이나 방공망에 맞서는 무적”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자료를 보여주며 새로 개발한 핵추진 무인잠수함도 소개했다. 세계 어디에서나 작전을 할 수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를 지닌 핵미사일을 장착해 요격 우려 없이 항공모함과 해안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등 차세대 신형 무기 6종도 공개했다.
미국 국방부 다나 화이트 대변인은 이에 대해 “미국 시민은 우리가 충분히 준비됐다는 점을 확신하고 안심해도 된다”는 반응을 내놨다. 러시아 군사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위 여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알렉산드르 골츠는 <뉴욕타임스>에 “푸틴의 발표는 기술적인 돌파구이자 거대한 성취이지만, 문제는, 진실이냐는 것”이라며 이 무기들의 실제 성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냉전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국의 방어를 뚫기 위한 새로운 무적 무기들의 윤곽은 이미 차가운 미-러 관계의 온도를 더욱 냉각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달초 발표한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도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전력 증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연설은 푸틴의 첫 대선 캠페인으로, 유권자를 염두에 둔 ‘초강대국 비전’을 담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틴은 7명의 도전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경쟁자는 없고 푸틴 지지율도 80% 수준이다. 다만 푸틴은 이번 대선으로 6년간 집권을 더 연장해 총 24년간의 장기집권을 안정적으로 끌고가기 위해 최고 투표율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무적의 핵무기”가 있건 없건 국내 정치적으론 효과적인 대선 캠페인이라고 평가한다. 모스크바의 싱크탱크인 정치기술센터의 알렉세이 마카르킨 소장은 “푸틴은 국민이 갈망하는 미래, 러시아를 위한 미래의 이미지를 제공했고, 국내 청중들한테 호소력이 있다”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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