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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서 전직 대통령 등에 백색테러…트럼프, ‘언론 가짜뉴스 때문’

등록 2018-10-25 17:38수정 2018-10-25 21:57

오바마 전 대통령, 클린턴 전 장관, CNN 등
‘반트럼프’ 진영에 우편 폭발물 8건 보내져
트럼프 ‘오늘의 분노는 주류 언론의 가짜 뉴스 때문’
민주당 “나라 분열시킨 트럼프가 안 바뀌면 공허”

트럼프 시대 독설·혐오의 정치문화 영향
“지도자로부터 자극적 언어 너무 많이 봐”
힐러리 “중간선거에서 나라 합칠 사람 뽑아야”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24일 소포 폭발물이 발견된 <시엔엔>(CNN) 뉴욕지국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24일 소포 폭발물이 발견된 <시엔엔>(CNN) 뉴욕지국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시엔엔>(CNN)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편 인사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동시다발적으로 보내져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퍼뜨린 ‘혐오의 정치’가 현실의 ‘국내 테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사건의 책임을 ‘주류 언론의 가짜뉴스’로 돌렸다. 열흘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11월6일)에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을 경호하는 미국 비밀수사국(SS)은 24일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에 배달된 잠재적 폭발물을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 집으로 발송된 소포는 이날 오전,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장관 부부 집으로 보낸 소포는 전날 저녁에 각각 경호요원들의 우편물 검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비밀수사국은 “소포들은 일상적 검사 절차에서 폭발성 장치로 확인돼 적절히 처리됐다”고 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시엔엔> 뉴욕지국에도 같은 형태의 폭발물이 보내졌다. 우편물에는 <시엔엔>과 직접 관련이 없는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수령자로 적혀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을 이끌었고 자신을 비판해온 브레넌 전 국장의 기밀취급권을 박탈한 바 있다. 또 오바마 정부에서 일한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을 겨냥한 폭발물은 주소가 잘못돼 반송됐다. 이들 우편물의 발송 주소는 민주당 소속 데비 와서먼 슐츠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사무실로 적혀있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민주당의 흑인 정치인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을 수신자로 한 폭발물 소포도 의회 우편물 시설에서 차단됐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워터스 의원 주소지로도 비슷한 소포가 보내졌으나 역시 우편국에서 적발됐다. “마피아 국가를 만들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온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집으로도 폭발물 소포가 발송됐다. 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악마”, “돼지”라고 욕해온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프로덕션 사무실이 있는 뉴욕 빌딩에서 비슷한 소포가 발견됐다.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앞으로 발송된 파이프 폭탄과 소포 포장.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앞으로 발송된 파이프 폭탄과 소포 포장.
뉴욕 경찰의 반테러 책임자 존 밀러는 동일한 인물이 폭발물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발물은 15㎝ 길이의 피브이시(PVC) 파이프 안에 화약과 유리 조각을 넣은 형태다.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에 대한 테러 시도에 연방수사국(FBI)과 비밀수사국, 뉴욕 경찰, 주류·담배·화기류 단속국(AFT)까지 범인 추적과 조사에 나섰다.

폭발물 소포가 겨냥한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정적들이면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비난해온 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데 열심이었고, 대선에서 맞붙은 힐러리 전 장관을 향해서는 “거짓말쟁이 힐러리”, “감옥에 가두라”라는 독설까지 했다. 워터스 의원에게는 “지능이 낮은 사람”, 소로스에게는 “성난 폭도들에 돈을 대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엔엔>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해왔다.

여러 폭발물 소포의 발송지 주소로 적혀있고,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에게 보낸 소포가 반송된 데비 와서먼 슐츠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사무실 앞에서 경찰관이 폭발물 대응 로봇을 세워두고 있다. 선라이즈/로이터 연합뉴스
여러 폭발물 소포의 발송지 주소로 적혀있고,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에게 보낸 소포가 반송된 데비 와서먼 슐츠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사무실 앞에서 경찰관이 폭발물 대응 로봇을 세워두고 있다. 선라이즈/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단합’을 강조했다가, 곧 사건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그는 24일 저녁 “비열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하나가 돼 어떤 정치적 폭력 행동이나 위협도 미국에서 설 땅이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5일 아침 트위터에 “우리가 오늘 보는 분노의 아주 큰 부분은 내가 가짜 뉴스라고 언급하는 주류 미디어의 의도적으로 잘못되고 부정확한 보도로 야기된다”며 “이는 아주 악화되고 증오스러워서 표현할 수가 없다. 주류 미디어는 그 행동을 정화해야만 한다, 빨리!”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상·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와 낸시 펠로시 의원은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말과 행동으로 미국을 분열시켜왔다”며 “그가 폭력을 용납하는 발언들을 뒤집지 않는 한 그의 오늘 발언은 공허할 뿐”이라고 했다. 힐러리 전 장관은 플로리다에서 열린 민주당 모금행사에서 “깊은 분열의 시기에 우리 나라를 합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런 일을 하려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파이프 폭탄 발견은 정치적 담론이 지나치게 독설적으로 돼버린 게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고 짚었다. <미국의 정신>이라는 책의 저자 존 미컴은 <워싱턴 포스트>에 “우리는 남북전쟁(내전) 등에서 나타난 정치적 폭력의 사례를 갖고 있다”며 “정치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다시 규정해야 할 때다. 우리는 위(지도자)로부터 자극적 언어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고 지적했다. 소로스의 아들 알렉산더는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때부터 독설적 문화가 심해졌다며 “이번 시도는 우리를 괴롭히는 정치적 악마화라는 ‘뉴 노멀’(새 기준)과 떼어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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