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3 12:46
수정 : 2019.12.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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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3~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4차 회의를 위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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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대사, 워싱턴 도착…“SMA 틀 안에서 논의돼야”
정경두 국방, 미 국방전문지에 “한-미 윈윈하는 결과를”
스틸웰 미 동아태차관보 “한·일 능력, 기하급수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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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3~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4차 회의를 위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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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3~4일 열리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4차 회의를 앞두고 양쪽이 2일 팽팽한 사전 기싸움을 벌였다.
이번 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틀 내에서의 협상’ 원칙을 강조했다. 정 대사 등 한국 대표단은 이틀간 미 국무부에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미 대표단과 4차 회의를 한다.
정 대사는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내린 직후 이번 협상에서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합리적으로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한-미 동맹이나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갖고 있다”며 “변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행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에 한국이 부담하는 항목인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의 틀 안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주한미군 인건비와 군무원·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까지 청구서에 포함시키면서 올해 방위비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량인 50억달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드하트 수석대표는 지난달 18~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 8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이 우리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 대사는 협상 타결 시점에 대해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은 논의 과정에서 결과가 예상보다 좀 달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에는 여전히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어찌됐든 서로가 수용 가능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최종적으로 두 나라에 다 이득이 될 수 있는, 그리고 한-미 동맹이 강화될 수 있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미 국방전문 매체에 기고를 통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미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디펜스 뉴스>에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위대한 한-미 동맹’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동맹이자 강력한 혈맹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이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경제력과 국방력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동맹국의 국익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건설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 방위비분담금은 물론 연합연습과 훈련, 해외파병 활동, 첨단무기 구매 등을 통해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합방위태세와 동맹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는 듯하지만 70년 동안 지속해온 한-미 동맹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에서 한-미가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이미 방위비분담금에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합리적 협상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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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중국을 주제로 열린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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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잘 사는 동맹이 그만큼 더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로 장외에서 압박을 이어갔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브루킹스연구소가 연 중국 관련 세미나에서 진행자가 ‘미국이 동맹에 대해 더 많은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묻자 “나는 만족스럽거나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198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두 차례씩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이후) 두 나라는 도전에 나섰고 그들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나는 더 많은 협력 기회를 본다. 그리고 우리의 능력뿐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협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으로 떠나면서 나토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예고했다. 한국을 특정해 겨냥하진 않았으나 ‘동맹들의 더 많은 부담’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미국인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내기 때문에 우리에게 공정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가 보호해주는, 돈은 내지 않는 다른 나라들에서 1300억달러를 받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고 그들(다른 나라들)은 돈을 내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이행할 것을 압박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기로 했고, 내년 말까지 추가로 1천억달러의 방위비를 내놓기로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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