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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텡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3일 영국 버킹검 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보는 장면의 동영상. 이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자, 트럼프는 폐막 기자회견 참석을 취소하고는 트뤼도가 ‘이중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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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다른 정상들 또 이견과 불화
트뤼도 등이 트럼프 조롱하는 동영상 파문
기자회견 취소한 트럼프, “트뤼도는 이중적” 비난
지난해에 이어 트럼프는 폐막행사 불참
나토 정상회동이 불화 증폭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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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텡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정상들이 3일 영국 버킹검 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흉보는 장면의 동영상. 이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자, 트럼프는 폐막 기자회견 참석을 취소하고는 트뤼도가 ‘이중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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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회원국들의 이견과 불화를 증폭하는 장으로 변하고 있다.
4일 런던에서 열린 나토 창설 70주년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흉보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다른 회원국들에 격노하며 참석 일정을 단축하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의 나토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표시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읽는 도중에 퇴장했다. 이번 정상 모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개적인 설전을 벌이는 한편, 회의 내내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놓고 비판과 불평을 드러내며 마찰을 빚었다. 나토 쪽은 70주년을 맞는 이번 정상들의 모임을 정식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정상회의’로 규정하지 않는 등 트럼프와 다른 정상 간의 마찰을 피하려 했으나, 다시 파행으로 끝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폐막에 즈음한 정상들의 기자회견 참석을 취소했다. 그는 또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이중적”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트뤼도 및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다른 회원국 정상들이 트럼프를 흉보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된 뒤 나왔다. 트뤼도 및 존슨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영국의 앤 공주 등이 3일 버킹검궁에서 열린 모임에서 트럼프를 놓고 농담을 하는 장면이었다.
존슨 총리가 “그게 그(트럼프)가 늦은 이유냐?”고 묻자, 트뤼도 총리는 “그는 40분간 즉석 기자회견을 해서, 늦었다”고 대답했다. 트뤼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가다가 정상들에게 “그의 팀원들도 입이 딱 벌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원들도 그가 돌발적이고 장시간의 기자회견에 당황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트뤼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질문받자 “그가 이중적”이라며 트뤼도 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논쟁이 된 방위비 2% 부담 문제 때문에 자신에게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나는 그를 좋은 사람으로 보지만, 나는 그가 2%를 부담하지 않는 사실을 상기시켜 그가 아주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2%를 내지 않고 있고, 캐나다는 2%를 내야 한다. 캐나다, 그들은 돈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트위터에서 “오늘 회의가 끝날 때, 나는 워싱턴으로 가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난 이틀 동안 아주 많은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폐막 기자회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격노에 오해라고 진화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깜짝 발표'를 해 놀랐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년에 미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도랄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재산에서 공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는 비판이 일자, 캠프데이비드 별장으로 장소를 바꿨다.
존슨 총리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 사태에 대해 질문받자 고개를 흔들며 “완전히 말도 안된다. 그게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불쾌해했다. 그는 거듭 질문을 받자 “나는 정말로 거기서 무엇이 언급됐는지 모른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의 수행원들은 존슨 총리가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주 바빴다”고 말을 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돌출적인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가지며,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의 이견과 불화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기자회견에서 나토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한 마크롱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그 평가가 “아주, 아주 고약하고”,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시종 신경전을 벌이며 시리아 문제를 놓고는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가 시리아내전에 참가한 자국 출신의 이슬람주의 극단주의자들을 본국으로 송환받기를 거절한 것을 놓고 비판했다. 또 나토의 방위비 분담 목표를 충족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무역제재를 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트뤼도 총리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최국인 캐나다가 주도한 공동성명이 마음에 들지 않자, 일방적으로 회의에서 먼저 떠났다. 그는 당시 트위터에서 트뤼도 총리가 “아주 부정직하고, 나약하다”고 공격했다. 트뤼도 총리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수입 관세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나토는 미국이 요구하는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일부 수용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 언론들은 나의 성공적인 런던 나토 회의 여행을 깎아내리기만 하려고 한다”며 “나는 나토 지도자들과 함께 협력해, 그들이 1년에 1300억달러를 더 많이 내게 하고, 3년 동안 4천억달러를 더 내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증액이 없다. 깊은 존경을 보여라!”라고 강조했다.
이번 나토 정상 모임에서는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외에도 최초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은 선언이 채택됐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폐막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이 기회뿐 아니라 우리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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