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일 6개 주 경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된 이날 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부인 질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77) 전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10일 6개 주에서 치러진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을 눌렀다. 바이든은 지난 3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14개 주 가운데 10개를 휩쓴 데 이어 이날 격차를 더 벌림으로써 대선 후보 자리에 한층 다가섰다.
개표가 상당 부분 진행된 11일 오전 4시(미국 동부시각) 현재 바이든은 이날 경선지들 가운데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미시간주(125명)에서 53%를 득표해 샌더스(37%)를 16%포인트 차로 제쳤다. 바이든은 대의원 68명이 걸린 미주리주에서 60% 득표로 이겼고, 미시시피주(대의원 38명)에서는 약 81%로 압승했다. 아이다호주(20명)에서도 약 49% 대 43%로 바이든이 이겼다. 워싱턴주(89명)는 팽팽한 접전이었고, 노스다코타주(14명)에서만 샌더스가 6%포인트가량(78% 개표 상황) 앞섰다.
바이든은 이날 최대 승부처인 미시간주를 비롯해 미주리주, 미시시피주에서 승기가 굳어진 10일 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 밤 우리는 백악관에 품위와 품격, 명예를 되살리는 데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자축했다. 그는 샌더스와 그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에 감사한다”며 “우리는 공통의 목표가 있고, 함께 도널드 트럼프를 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선은 지난주 슈퍼화요일 이후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하차하면서 경선 구도가 ‘바이든 대 샌더스’로 좁혀진 뒤 처음 치른 정면대결이어서 주목받았다. 바이든이 승기를 이어갈지, 샌더스가 재역전을 이룰지를 가늠할 분기점으로 여겨진 이날 결과는 ‘탄력 받은 바이든의 대세 굳히기’였다.
특히 미시간주 결과는 샌더스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빙 승리를 안긴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인 미시간주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의 본선 경쟁력을 가늠할 리트머스였다. 샌더스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미시간주에서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힐러리 클린턴을 간발의 차(1.4%포인트)로 이기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경선에서는 바이든에게 패배해 4년 전보다 지지층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다호주에서도 샌더스는 2016년 클린턴을 이겼지만 이번엔 바이든에게 졌다. 샌더스의 득표력이 4년 전보다 줄었다는 얘기다.
반면, 바이든은 흑인층과 고령층에서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출구조사 분석을 보면, 미시간주 흑인 투표자들의 66%가 바이든을 지지했고 샌더스 지지는 28%에 그쳤다. 흑인 비율이 약 40%인 미시시피주에서는 흑인의 무려 86%가 바이든을 지지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미시간주에서는 65살 이상의 73%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바이든이 지난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극적으로 부활한 이후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중도층이 급속도로 바이든 쪽으로 결집하는 모습이다.
이날 경선까지 바이든과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각각 약 800여명과 600여명으로 추산된다. 대선 후보가 되려면 19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고, 앞으로도 2115명이 남아 있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경선으로 바이든은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오는 17일 경선이 예정된 플로리다주(대의원 219명)와 오하이오주(136명), 24일 조지아주(105명), 4월28일 펜실베이니아주(186명) 등에서도 바이든이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샌더스가 전세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경선에서 하차한 앤드루 양이 이날 바이든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민주당의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이 바이든 후원에 자금을 더 쏟겠다고 밝히는 등 바이든 지지세가 불어나고 있다.
샌더스는 이날 결과에 대해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자택이 있는 버몬트주 벌링턴으로 날아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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