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왼쪽 셋째)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 넷째)가 지난 1월 워싱턴에서 협상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행정부 인사들이 연일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며 공정한 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 진행에 관한 질문에 “서울과 워싱턴의 협상은 계속된다”며 “나는 대화가 계속돼왔고,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4월초로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협상은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그 의도는 동맹이 굳건해지고 서로에게 상호 유리한 자리에 있음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상호 유익하고 공정한 합의여야 한다”며 “지금 당장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여전히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협상이 협상 대표단 뿐만 아니라 두 나라 장관과 청와대-백악관 사이에도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대화 단위와 관련해 “담당 부서에 있는 내 동료들, 그러고 나서 물론 장관급과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부 당국자도 워싱턴에 있는 한국 특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과 협상은 진행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동맹들이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 우리는 한국과 상호 이익이 되고 공정한 합의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가 특파원들에게 먼저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언론의 질의가 잇따르자 일괄 제공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국무부는 전날에도 동일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 정은보 방위분담금 협상대사가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라 밝히고 한국 언론에서 방위비 분담금 합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쏟아진 데 대한 미국 쪽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정치적 성과물이 더 절실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협상단이 마련한 합의안에 최종 승인하지 않고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국무부가 ‘협상이 아직 진행중’이라면서 “동맹이 더 기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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