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통제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5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든버러/AP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부의 통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극단적 음모론자의 준동 이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시위에 합류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통제 반대 시위를 음모론으로만 치부하면, 오히려 극단주의 세력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코로나19 통제 항의 시위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소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6일 전했다. 에든버러나 셰필드 등 영국의 여러 도시는 물론, 이탈리아 로마,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등 세계 각지에서 이동 통제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시위 참가자들은 이념이나 주장으로 볼 때,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고 잡지는 진단했다. 대표적인 집단은 일률적인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또 정보기술로 개인 정보를 추적하는 ‘감시 국가’ 반대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베를린 시위를 전체주의에 맞서는 항거로 평가하는 자유주의자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단순히 공공시설에서의 마스크 사용 의무화에 반대하기 위해 시위에 동참했다. 물론 극우 정치세력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시위대의 다양성은 극우 집단의 폭력으로 얼룩진 지난달 베를린 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 크리스티나 홀츠(22)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우리가 여기 모인 건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슈테판(43)이라고만 밝힌 베를린 주민도 “나는 극우 세력 동조자가 아니다. 본질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많은 시위 참가자가 음모론에 동조하지만, 이 또한 단일한 양상은 아니다. 한쪽은 코로나19 위기 자체를 부정한다.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위험을 과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위기는 인정하지만, 그 책임을 사악한 집단 탓으로 돌리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꼽는 사악한 집단도 하나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중국을 탓하는 이도 있지만, 거대 제약업체나 정보기술 업체들이 이익을 위해 위기를 유발하거나 과장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거대 자본의 심리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극우·극좌 음모론이 동시에 제기되는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통제에 대한 저항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서두르는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의 움직임이다. 자녀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을 연구해온 제니퍼 라이크 미 콜로라도대학(덴버) 사회학과 교수는 “(백신 반대 같은) 저항을 지배하는 담론은 ‘자기 관리는 정부가 아닌 각자의 몫’이라는 태도”라며 “임상시험을 단축하고 백신 개발을 서두르면, 그만큼 백신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과 혼란 때문에 음모론으로 기울기도 하는 불만 세력을 무조건 극단주의 음모론자로 몰아세우는 건, 극단주의 정치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봉쇄와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이들이 반발심에서 극단주의로 기울 수 있고, 극단주의자들이 이런 정서를 폭넓은 ‘문화 전쟁’에 동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당한 정부 비판까지 음모론으로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싹틀 우려도 있다. 전세계가 코로나19라는 공통의 적과 싸우는 지금은, 불만 세력에 대한 포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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