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4대 기술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미 의회 보고서가 나왔다.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4대 미국 기술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혁신과 경쟁을 막고 있어, 이들의 온라인 플랫폼과 나머지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미 의회 보고서가 나왔다.
하원 법사위 산하 반독점소위원회는 6일 4대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16개월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민주당 쪽 다수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공화당 쪽도 규제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보고서의 세부 내용 상당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보고서가 당장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4대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 움직임을 재촉할 전망이다.
반독점소위 보고서는 이들 4개 기업이 독점적인 온라인 플랫폼, 곧 각각 소셜미디어, 검색, 상거래 사이트,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바탕으로 경쟁을 억제하고 자사의 다른 서비스나 사업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페이스북은 위협적인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사의 플랫폼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소셜미디어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쟁 기업 인수가 좌절되면 유사한 서비스를 도입해 해당 기업을 죽이려는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과 소셜미디어 앱 하우스파티 인수가 좌절되자 경쟁 서비스를 도입한 것을 꼽았다. 보고서는 페이스북이 다른 서비스들을 자사 플랫폼과 연계하도록 허용하느냐 여부는 곧 ‘온라인 승자와 패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의 경우는 검색 서비스에서 경쟁 콘텐츠를 배제하고 자사의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킴으로써 독점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2010년 지역정보 제공 업체 옐프와 협력해 지역정보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가 인기를 얻지 못하자, 옐프 쪽에 구글 검색 배제를 압박하며 ‘경쟁 업체에는 정보를 주지 말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또 구글이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에 지메일이나 유튜브 같은 자사의 다른 서비스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고서는 “겉으로는 자사 사이트에서 물건을 파는 업체들을 ‘협력사’라고 부르지만 내부에서는 ‘내부 경쟁자’로 표현했다”며 “많은 중소 판매상들은 아마존이 일상적으로 괴롭히거나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전자제품 주변기기 업체인 팝소켓과 판매가격을 합의해 놓고도 더 싸게 판 뒤 팝소켓에 손실 보전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애플은 아이폰용 앱을 자사의 앱스토어에서만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앱 지배력을 확보한 뒤, 유료 앱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애플의 관련 정책을 거부하면 앱스토어에서 퇴출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는 퇴출된 앱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애플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관련 소프트웨어 공급 통로를 독점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 기업의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 서비스를 구조적으로 분리하고, 독점적 플랫폼 소유자의 추가 기업 인수 등을 제한하는 등 반독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반독점법 이행에 대한 의회의 감독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글 등 해당 업체들은 보고서의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